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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앞당긴 '로봇 일자리 시대' 1

[Cover Story] 데믹이 앞당긴 '로봇 일자리 시대'

                                                           조선일보. 발행일: 2022.04.22. 곽창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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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그동안” 로봇이 등떠민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롸버트치킨 강남 2호점'. 이 치킨 집에는 직원 1명만 일한다. 직원은 주문 

접수 등 카운터 업무를 담당한다. 밀가루 반죽을 닭에 입히고, 튀겨서 음식으로 내놓는 일은 로봇 몫

다. 파우더와 물을 채워두고 닭고기만 올려주면 알아서 튀김 반죽이 끝난다. 

 

 팔 모양으로 된 로봇은 바로 튀김 바구니를 들고 기름에 떨군 후 9분 30초 동안 섭씨 170도 기름에 넣

고 튀긴다. 고기가 엉겨 붙지 않도록 정해진 요리법에 따라 바구니를 흔든 다음 치킨이 바삭하게 튀겨지면

기름기를 털어내고 배식대 위에 올린다. 이런 식으로 로봇은 한 시간에 치킨 50마리까지 조리할 수 있다. 

 사람 두세 명이 하는 일을 로봇 혼자 해내는 셈이다. 

 

 이 치킨집이 문을 연 것은 코로나19 초창기인 2020년 2월. 로봇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던 강지영(37)씨가

창업했다. 강씨는 "이천십팔년 창업할 때는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점을 노렸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하지 않게 사업이 더 번창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 중 하나가 로봇이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는 동안에도 

로봇 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물류·의료·방역 등 전문 서비스 로봇 시장은 전년보

다 12% 성장해 67억 달러(약 7조9000억) 규모로 커졌다. 2020년 전 세계 로봇 특허는 400만 건으로 10

년 전인 2010년 120만 건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미국 AP통신은 "피자 반죽을 던지거나, 병원에서 각종 물건을 옮기거나, 물품을 분류하는 등의 로봇 기

술 발전을 코로나19가 앞당겼다"고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일자리 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파괴' 

우려는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팬데믹이 그 속도를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펴낸 '로봇과 불평등에서 팬데믹의 의미' 보고서에서 "인건비 절감을 위해 

구조 조정에 나선 기업들이 로봇 도입을 선호하면서 팬데믹이 끝나더라도 '일자리 없는 회복'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로봇은 세상과 일자리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을까.

 

인천공항에 등장한 방역 로봇

 

 코로나19는 산업용 로봇 수요를 특히 키웠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공장에서

작동하는 산업용 로봇은 전년보다 10% 늘어난 301만5000대다. 

 

 대규모 봉쇄와 감염으로 직장을 떠난 사람이 늘자 빈자리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가 내놓은 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에서 퇴직한 직장인은 610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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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가운데 해고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직장을 떠난 사람이 440만 명에 이른다. 미국 CNN은 "펜데믹 이후 

각종 상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생산 속도를 따라잡고 인력을 메우기 위해 기업들이 산업용 로봇

주문을 늘렸다"고 했다. 

 

 물론 팬데믹 이전에도 로봇 도입자동차 같은 중후장대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돼 왔다. 가령

본 닛산 자동차가 지난해 10월 도치기현에 문을 연 전기차 공장(인텔리전트 팩토리)은 기존에 장인(匠人)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도장(塗裝) 검사와 최종 검사까지 로봇으로 대체했다. 

 

 테슬라는 올해 3월 가동을 시작한 독일 베를린 기가 팩토리 내부 영상최근 공개했는데, 차량의 뼈대 

제조부터 조립, 도색까지 대부분 공정을 사람 없이 로봇이 수행한다. 

 

 팬데믹은 이런 무인화 바람서비스업종까지 확산하는 기폭제가 됐다. 미국 샐러드 체인 스위트그린은 

지난해 8월 로봇 스타트업 스파이스(Spyce)를 인수했다. 스파이스는 지난 2015년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 전공 학부생들이 설립해 화제가 된 업체다. 

 

 이천십팔년에는 회사와 이름이 같은 음식점도 열었다. 고객이 키오스크 터치스크린으로 메뉴를 선택

면 주방에 있는 자율 회전 냄비(wok) 로봇이 작동음식을 만들어 낸다. 스위트그린이 이 업체를 인수

한 스파이스 기술자사 식당 운영에 접목해 자동화를 서두르기 위해서다.

 

 스위트그린은 매장 140여 곳로봇 주방과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자동으로 채소나 두부, 소스를 

식품 용기에 담아 음식과 샐러드를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의료·방역 관련 로봇 기술 개발도 수요가 커졌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2019년 7000여 대였던 의료 

관련 로봇 판매량2020년 1만8000대로 늘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가 발발하자 2020년 4월 SK

텔레콤과 로봇 개발업체 원익로보틱스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방역 로봇 제작을 의뢰했다. 

 

 약 8개월 만에 로봇이 개발됐고, 4개월간 시험을 거쳐 실전에 투입됐다. 이 로봇은 입국자들의 발열 

상태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파악한다. 또 인천공항 내에 있는 공기를 빨아들여 필터를 통해 

코로나19 같은 균을 걸러낸 뒤 자외선을 쏘아 없앤다. 

 

[그래픽] 전 세계 산업용로봇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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