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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목 젖히고 '천지창조' 작업… 미켈란젤로, 극심한 '등 통증' 견뎠을 듯.

[통증 박사 안강의 無痛 오디세이] 

4년간 목 젖히고 '천지창조' 작업… 미켈란젤로, 극심한 '등 통증' 견뎠을 듯. 

                                                 조선일보. 발행일 : 2022.04.26. 안강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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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티칸시국(市國) 시스티나 성당 안에는 미켈란젤로의 천장화(天障畫) '천지창조'와 벽화 '최후의 심

판'이 있다. 모두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품이자 인류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공간을 압도하는 

거대한 스케일과 섬세한 표현력에 '과연 인간이 그린 것인가' 하는 경외심마저 드는 작품이다. 

 

 그런데 제단(祭壇) 뒤편에 그려진 '최후의 심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뜻밖의 장면에 놀란다. 등가죽이 

잡힌 채 흉물스럽고 비참한 모습을 한 미켈란젤로 본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사진〉 

 

 미켈란젤로는 무려 4년 동안 거의 서서 목과 머리를 뒤로 젖힌 채 '천지창조' 작업에 몰두했다. 오랜 시간 

천장을 바라보고 하는 일은 목뼈의 퇴행성관절염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퇴행성관절염은 두통과 목·등의

통증을 유발하고, 팔이나 손의 근육까지 마르게 한다. 그 마른 근육으로 일하면 손가락 관절염은 더 악화

된다. 실제로 그의 다른 자화상에는 극심한 손가락 관절염이 잘 형상화됐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 속 자화상에서 '잡혀있는 등가죽'은 목과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누가 등가죽을 잡고 있거나 혹은 꽉 누르고 있는 것 같아요"라는 표현과 일치한다. 물론 그 

당시 미켈란젤로가 처한 다른 여러 환경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천장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서 걸작을 완성했다. 의사 입장에서 이 불후의 명작을 바라볼 때마다 그가 느꼈을 육체적 고통

이 필자의 통증처럼 전해온다. 

 

 등이 아픈 사람들은 흔히 등 어딘가에 문제가 생겨 통증이 발생한 줄 알지만 사실 등보다는 목이 말썽인 

경우가 더 많다. 그 이유는 등 근육들이 목에서 나오는 신경의 지배를 직접 받기 때문이다. 또한, 뇌신경 

상부 경추 신경이 연결된 부신경을 통해 간접적인 영향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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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경추)도 다른 뼈와 마찬가지로 관절에 의해 움직인다. 특히 목 관절이 고장 나면 뜬금없이(?) 등 주

변 통증이 경고음과 함께 깜빡인다. 물론 등 자체의 관절염도 흔하다. 그러나 이 경우는 정확히 등의 중심부

에 통증이 존재하며 좀 더 국소적이다. 하늘을 쳐다볼 때 등이 찌릿하거나 두통도 나타난다면 정확한 진단

이 필요하다. 이런 증상들은 진단만 정확하면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미켈란젤로의 손가락 퇴행성관절염은 극심했고 이는 누구든지 보기만 해도 한눈에 알아챌 만큼 변형이 심

각하다. 하지만 목(경추)의 퇴행성관절염은 몸속에서 진행돼 겉으로 잘 나타나지 않다가 극심한 고통과 

장애가 발생한 다음에야 알 수가 있는 '스텔스 질환'이다. 

 

 환자 중 천장을 보면서 용접하는 두 형제가 있다. 근면과 성실에서는 따라올 자가 없는 극히 모범적인 분

이다. 미켈란젤로처럼 떨칠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있지만, 언제나 웃는 얼굴이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우리 주변에는 목과 등, 허리, 팔 등 여러 부위에 나타나는 극심한 통증을 견디며 생업 전선에 매진하는 

수많은 이웃이 있다. 위에 예를 든 두 형제나 미켈란젤로처럼 천장을 수시로 바라봐야 하는 '극한 직업'은 

물론 특정 자세로 오랜 시간 반복적인 일에 몰두하는 농사·어업·주방 노동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이분들의 고통을 어찌 완벽하게 공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고통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 꾀병

이나 엄살이라고 깎아내리거나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고된 노동의 흔적처럼 나타나는 퇴행성 변화와 

고통으로 신음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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