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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는 종합기술과학… 전공 정원 확대만으론

[르포 대한민국] 반도체는 종합기술과학… 전공 정원 확대만으론 인력난 해결 어려워

                                       조선일보. 발행일: 2022.06.15.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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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에 진심으로 관심을 보인다.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미국에서 필요한 반도

체를 자국에서 생산하도록 총력을 기울이자, 삼성전자와 대만의 TSMC 등이 미국 내 팹(제조 시설) 건설

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올해 초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력 부족으로 반도체 자립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

다. 당장 2025년까지 7만~9만 명이 부족하고, 반도체 자립을 위해서는 30만명더 필요하지만 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관련 전문가의 전언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있는 텍사스대학을 비롯한 기존 반도체 생태계가 잘 형성

되어 그나마 괜찮지만, TSMC가 팹을 건설 중인 애리조나주는 인력 확보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은 전 세계적 현상이다. 대만의 채용 플랫폼인 104인력은행은 대만 전체적으

로 2021년 인력이 2만7000여 명 부족한 것으로 집계한 바 있다. 중국 베이징대 중국교육재정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의 인력 부족 규모는 2015년 15만 명에서 2019년 30만 명으로 급증 추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는 국가 안보 자산이자 우리 산업

의 핵심이라 강조하고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우수 인재 육성을 전 부처에 지시한 것은 지극히 타당하다

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산업의 만성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학과 신설과 이를 위한 수도권정비계획법상의 정원 규제 완화 등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특단 조치는 그만큼 부작용이 따른다. 30년 전인 1991년 3월 14일 노태우 대통령은 '제조업 

경쟁력강화 대책회의'를 주관하고 산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도권 우수 공과대학의 입학 

정원을 2000명 안에서 증원하라'고 지시했다. 

 

 그리하여 당시 500명 안팎이던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정원은 한때 1500명 선까지 늘었다. 하지만 교수진

과 교육을 위한 공간·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급속한 공학 인력 확충은 단기적으로는 산업 현장의 인력 수급에 도움을 주었지만 이후 인력 과잉으로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이공계 기피 현상을 불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분야에 20년 넘게 큰 후유증을 

초래하였다. 

 

 반도체는 단순히 전자, 전기 관련 전공으로만 해결되지 않는 종합 기술 과학의 영역으로 확대된 지 

오래다. 반도체 생산에는 전자, 전기뿐 아니라 물리, 화학, 재료, 기계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총동원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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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내부의 회로 선폭이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3 수준인 3nm (나노미터)로 미세해지면서 전자

가 회로를 벗어나 이동하는 터널링 효과 등반도체 제조 공정에 영향을 끼친다. 이에 따라 기초과학으

로 간주하던 이론물리학의 영역도 이제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이 되어가고 있다. 

 

 복잡다단한 기술과 지식의 결집체인 반도체와 관련한 인력을 특정 학과에서 모두 양성하는 것은 현실

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도체와 관련돼 각 영역에서 배출하는 인력을 반도체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양성할 수 있는 종합적 시스템이다. 

 

 특정 산업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관련 학과를 신설하여 인력을 공급하고, 기술 개발을 

위해 관련 연구소를 국가가 설립하는 것은 과거 방식이다. 

 

 반도체 관련 인력 양성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 대학 교육의 내실을 키워 학생들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게 충실한 기본기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특정 학과와 전공의 범주에 학생들

을 묶어놓지 않도록 함으로써 변화하는 기술과 산업 흐름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 주

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그리고 산업 현장이 긴밀하게 결합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

다. 기업과 학과들이 공동으로 다양한 수준의 반도체 관련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방학 또는 

특정 시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폭넓은 분야의 인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중국은 산학연(産學硏)이 협력하여 도태되는 장비들학교로 이관하여 학교에 클린룸이 갖춰진 연구 

실습동을 건설하고, 학부생들이 이 장비들을 직접 오퍼레이터와 함께 실습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우리는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인력 부족은 대학 특정 전공의 정원 확대로 해결할 수 없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2020년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력이 최소 1621명 부족하였는데 세부적으

로 보면 고졸 894명, 전문 학사 316명, 학사 362명, 석사 40명, 박사 9명 등으로 조사된 바 있다. 

 

 최첨단 산업이니 고학력 인력이 대부분을 구성할 것으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다양한 수준의 인력이 골고

루 필요하다. 대학의 학과 신설과 증원에 모든 관심이 쏠리지만 반도체 산업계에서 정말 당장 필요한 것

은 충실한 교육을 받은 특성화고 인력일 수도 있다. 

 

 어쩌면 반도체 관련 인력의 부족은 반도체 산업 역시 제조업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답답한 방진복을 

입고 화학약품 냄새와 열기가 있는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인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프로그램이나 앱을 개발하여 단기간에 큰 부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비해 

오랜 시간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으면서도 묵묵히 일해야 하는 제조업의 매력은 낮아지고 있다. 

 

 반도체 말고도 디스플레이, 조선, 이차 전지 등 주력 산업 분야 대부분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넘치는 인력 가운데 좋은 자원을 선발하여 투입하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선발이 아닌 육성과 양성이 더욱 중요한 시기가 오고 있다.

 

[그래픽]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계약학과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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