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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켜라”… 누리호 위성이 바로 알아들었다.

“GPS 켜라”… 누리호 위성이 바로 알아들었다. 

                                              조선일보. 발행일: 2022.06.23. 이벌찬 기자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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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양방향 교신 성공, 철야하던 연구원들 일제히 환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성공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 전인 22일 오전 3시. 대전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항우연) 위성관제실에서는 전날부터 철야를 한 연구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누리호에서 분리돼 지상 

700㎞ 궤도에 안착한 성능 검증 위성이 한반도 위를 지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의 미션은 이 위성과 쌍방향 교신에 성공하는 것. 위성은 전날 지상으로 다섯 차례 데이터를 

보내왔다. 전력 상태와 속도를 담은 일종의 '생존 신고'였다. 항우연 위성관제실은 아직 위성에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전 3시2분, 항우연은 위성 제어를 위한 신호를 보냈다. 안상일 항우연 위성우주탐사체계설계부 책임연

구원은 "지상과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도록 명령하고 위성에 내장된 GPS(위성항법장치)를 활성화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은 말을 알아듣는 생명체처럼 항우연의 명령을 정확히 수행했다. 시간 설정을 바꾸고 GPS 수신기

를 켠 것이다. 지상과 양방향 교신에 성공한 것으로, 발사체 성공에 이은 또 하나의 성공이었다. 연구원들

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악수를 나눴다. 항우연 관계자는 "연구원들이 졸린 눈으로 버티느라 지치고 피로

했지만 위성 교신에 성공하는 순간 모두 생기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관제실은 위성이 안정적인 자세를 잡을 수 있도록 궤도 정보도 보냈다. 항우연 관계자는 "위성 자세 

자체는 '굉장히 안정적이다'는 걸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22일 오전 10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은 "누리호가 목표 궤도에서 성능 검증 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한 데 이어, 22일 오전 3시2분쯤 대전 항우연 지상국과의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양방향 교신 성공으로 성능 검증 위성의 정상 작동이 확인되면서 한국은 위성 자력 발사 역량을 

온전하게 입증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공우주연구원은 "위성이 보내온 비콘신호(상태정보 신호)를 분석한 결과, 위성 상태가 양호하고 모든 

기능은 정상 작동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했다. 위성은 이제 '생존 신고' 단계를 지나 지상국으로부터 

명령을 받고 이행하는 '임무 수행' 단계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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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년간 우주에서 한국 기술 검증

 

 성능 검증 위성은 국내 업체인 AP위성이 개발했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90㎝이고, 무게는 162㎏

다. 향후 2년 동안 총알보다 7배 빠른 초속 7.9㎞의 속도로 매일 지구를 14.6바퀴 돌며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위성은 필리핀 동쪽 바다와 호주 대륙, 남극 위를 지나는 궤도를 날게 된다. 

 

 위성이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국내 기술로 개발된 우주 기기들의 성능을 평가하는 것이다. 

 위성에는 S밴드 안테나와 위성 자세 제어용 구동기, 발열전지가 탑재되어 있다. 검증 대상 기기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것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발열전지다.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발생하는 열로 전기를 생산해 원자력전지라고도 불린다. 발열전지는 태양광 발전이

불가능한 밤에 최소한의 전력을 제공할 수도 있어, 밤 온도가 영하 170도까지 떨어지는 달에서 전력공급

장치로 쓰이게 될 예정이다. 

 

 인공위성이 관측장비나 안테나를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히 겨냥하지 못하면, 당초 목표로 한 임무를 성공

적으로 수행할 수가 없다. 궤도 위 위성의 위치와 자세에 대한 정보가 필수적인 이유다. 

 

 국내 중소기업 저스텍이 제작한 위성 자세 제어용 구동기는 위성이나 탐사선의 자세를 잡아주는 역할

을 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케스피온(옛 EMW)이 개발한 S밴드 안테나는 우주에서 지상국과 통신을 주고

받는 역할을 한다. 이 기기들에 대한 검증은 한 달간의 위성 초기 운영 이후에 시작된다. 

 

◇ 꼬마 위성 분리가 당면 과제

 

 성능 검증 위성의 또 다른 임무는 속에 품고 온 4대의 큐브 위성(꼬마 위성)을 우주에 차례로 띄우는 것

이다. 조선대, 카이스트, 서울대, 연세대 학생팀이 각각 제작한 초소형 위성을 오는 29일부터 이틀 간격

으로 한 대씩 분리하는 작업을 시작한다. 

 

 큐브 위성은 가로·세로·높이가 각 10㎝에 불과하지만 과거 상용 위성이 하던 임무를 수행할 만큼의 고성

능을 자랑한다. 개발에서 발사까지 비용은 대형 위성의 1000분의 1인 3억 원에 불과하다. 정상적으로 분

리되면 각 대학 지상국을 통해 교신하며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큐브 위성들이 성공적으로 분리될 경우 이들은 '지구를 보는 눈'으로 활약하게 된다. 29일 가장 먼저 분리

되는 조선대 위성의 주된 임무백두산 폭발 징후, 열섬현상 등 지표 변화를 관측하는 것이다. 전자광학

·중적외선·장적외선 카메라로 백두산 천지 온도 등을 관측한 데이터를 지상으로 보내오게 된다. 

 

 카이스트 위성은 지구가 반사하는 여러 파장대의 빛을 수집해 농작물의 작황과 바다 상태를 살필 예정

이다. 서울대 위성은 한반도의 지진과 해일을 감시하고, 연세대 위성은 한반도와 서해 상공의 미세먼지

를 관찰한다. 

 

 큐브 위성 분리는 쉬운 작업은 아니다. 김기석 과기정통부 우주기술과장은 "큐브 위성이 성능 검증 위성

에서 떨어져 나가면 위성의 무게 중심에 변화가 생긴다"면서 "변화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사출관에서 튕겨

주듯이 위성을 분리해야 한다"고 했다. 기사 A3·4면 

 

[그래픽] 누리호가 쏘아올린 4개의 꼬마위성 / 누리호 발사 이후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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