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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대 “기업 손잡는 계약학과, 왜 못 만드나”

서울공대 “기업 손잡는 계약학과, 왜 못 만드나” 속앓이 

                                                                    조선일보 강다은 기자

                                                                    입력 2022.01.08 03:00

 

 반도체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인력난이 심해지자 전국 주요 대학들은 최근 수년 간 기업과 

손잡고 맞춤형 교육으로 인재를 키우는 ‘계약학과’를 잇따라 만들고 있다.

 

 대학이 학과를 만들면 기업은 학과 졸업생을 채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장학금과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작년 11월 삼성전자가 카이스트, 포스텍(포항공대)과 각각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들어 5년 간 학생을 모집하기로 한 것을 비롯해 주요 산업 분야에서 계약학과가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최고 인재가 모여 있다는 서울대에선 계약학과를 만드는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지도 

못하고 있다. 최근 수년 간 서울대 공과대학 측에선 계약학과 신설을 원했지만 “대학의 철학과 

맞지 않는다!”는 반대에 부딪혀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 내부에선 “‘자존심’ 내세우다 

시대에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2019년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손잡고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내부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대학의 교육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주로 순수학문을 다루는 인문·자연과학대를 중심으로 “대학이 기업을 위한 인재 양성소가 돼선 안 된다” “서울대만큼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는 2년 만에 다시 계약학과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는 내부 

반발을 줄이려고 특정 기업이 아닌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계약학과를 만드는 방안을 내놨다.

 

 이혁재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정보공학부 학부장은 “반도체 분야 등에서 외국과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을 위해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다른 대학 계약학과에서 훌륭한 신입생을 

모으고 있기 때문에 교수들이 카이스트 등 다른 대학에 비해 서울대 경쟁력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내부 반대가 여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한 교수는 “총장이 강한 

결정권을 쥔 사립대나 기업과 협력하는 것에 거부감이 적은 포스텍· 카이스트와 달리 서울대는 구성원 

모두의 합의가 없으면 추진이 어려운 분위기”라고 했다.

 

 김태균 서울대 협력부처장도 “계약학과는 특정 기업을 위한 인재 양성이 될 수 있다는 위험이 있고, 

국립대인 서울대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대의 ‘계약학과 논쟁’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도 엇갈린다. 황인성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국립대는 국가 지원을 받는 만큼 국가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재를 앞장서 키워내야 한다!”며 “이미 

주요 분야에선 대학 졸업생들이 기업에 입사한 뒤에 기술을 거의 새로 배우다시피 하는 상황인데 

서울대도 ‘우리가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존심을 버리고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는 “계약학과는 자칫 대기업만을 위한 인재 선발 통로가 될 

수 있다”면서 “학생들을 특정 산업 지식만을 배운 ‘맞춤형 인재’로만 키워내는 것이 과연 옳은지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했다.

 

 다른 몇몇 대학들은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선 계약학과를 통해 인재를 키우는 게 필수라며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연세대와 손잡고 올해 입학할 시스템 반도체공학과 신입생 50명을 선발했다.

 

 고려대는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지난해 처음으로 반도체공학과 학생 30명을 뽑았다. 올해도 이 학과 

정시 모집 경쟁률은 5.8대1에 달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지난달 8일 연세대가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2023년부터 30명 규모 계약학과를 만들기로 했고, 자동차 분야에선 현대차그룹이 한양대에서 2016년부터 미래 모빌리티학과(석사과정)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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