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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아이콘으로 세계를 '날름'

단돈 8만원 받고 그려 준 혓바닥… 디자인 아이콘으로 세계를 '날름' 

                                         조선일보 김미리 기자 / 발행일 : 2022.01.12 / 문화 A21 면

 

롤링스톤스 '혀와 입술' 52주년 / 믹 재거가 발탁한 존 파셰가 그려

티셔츠, 銀貨에 이어 골프복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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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혹인가 조롱인가. 도톰한 입술 사이로 새빨간 혀를 쭉 내밀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쁜 혓바닥 아닐까. 티셔츠, 에코 백, 심지어 은화까지 온갖 제품 위를 활보한다. 이 도발적인 입은 전설적 록그룹 롤링스톤스의 로고. 공식 

이름은 '혀와 입술(Tongue and lips·사진)', 애칭은 '뜨거운 입술(Hot Lips)'이다.

 

 조만간 한국 골프장에서 빨간 혀들이 움직일 듯하다. 의류 회사 지비케이리테일은 다음 달 MZ 세대 골퍼를 겨냥, '롤링스톤스 골프웨어'를 출시한다.

 

 '혀와 입술'은 단순한 로고를 넘어 디자인사(史)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뮤지션이 기업 CI 개념을 처음 

도입한 경우이기 때문이다. 로고란 주인에게 복무하는 존재지만 빨간 혀는 주객전도된 사례. 그 자체로 20세기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다.

 

 2년 전 영국 유명 디자인 매체 '크리에이티브 리뷰'에서 IT 회사 애플의 사과, 미쉐린 타이어의 캐릭터 '비벤덤' 

등과 함께 역사상 최고의 로고 톱 20에 포함하기도 했다.

 

 유니버설뮤직 코리아 이인섭 부사장은 "롤링스톤스는 한 해 평균 매출 3300억 원 정도를 올리는 대기업이나 

다름없다. 수익의 상당 부분이 로고에서 기인한다"고 했다.

 

 혓바닥의 나이는 올해로 52세. 1970년 롤링스톤스 리더 믹 재거는 참신한 디자이너를 구하기 위해 런던 RCA

(왕립예술학교) 졸업 전시회를 찾았다. 그곳에서 그래픽 디자인 전공 대학원생 존 파셰(John Pasche·77)를 만나 밴드 로고를 부탁했다. 디자인 비는 단돈 50파운드 (약 8만원)였다.

 

 공식 사용된 것은 1971년 발매된 롤링스톤스 앨범 'Sticky Fingers'. 지퍼를 붙여 만든 커버로 외설 논란에 휩싸인 이 앨범 속지에 빨간 혀가 찍혔다. 앨범 디자이너는 팝아트 거장 앤디 워홀. 로고도 워홀 작품으로 오해하는 이가 많았지만 엄연히 파셰의 창작물이었다.

 

 누구 혓바닥일까. 2008년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파셰는 이렇게 회고했다. "당시 인도 문화에 심취했던 재거는 힌두 여신 '칼리' 사진을 보여줬다. 입을 벌려 혀를 늘어뜨린 모습이었는데 그렇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 대신 믹 

재거를 처음 봤을 때 커다란 입과 입술부터 눈에 들어온 기억이 났다." 믹 재거는 석유회사 '셸(Shell)'의 조개 모양 로고같이 독립적으로도 쓸 수 있는 디자인을 부탁했다.

 

 빨간 혀는 최고의 뮤지션 로고가 됐지만 파셰는 그만큼 돈방석에 앉지 못했다. 저작권 개념이 불분명하던 1980년대 중반 2만6000파운드 (약 4200만원)에 저작권을 롤링스톤스에 몽땅 넘겼다. 노년의 파셰는 이제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혀 그림을 그려 판다. 한쪽 팔뚝에 빨간 혀를 문신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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