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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하청 부실공사에 건물 무너져도…

불법하청 부실공사에 건물 무너져도… 퇴출 건설사는 0곳 

                                                     조선일보. 2022-02-07. 권순완 기자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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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부르는 건설현장] [上] 재하도급 판치는데 작년 적발은 14곳뿐 공사비 빼먹어 저질자재 쓰기 일쑤 "이런 공사가 멀쩡하면 그게 비정상" 일부 현장선 노조가 건설업체 압박… 공사 따내 노조원에게 일감 배분도

 

 작년 6월 광주광역시 학동 참사는 무분별한 불법 재하도급이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 사례였다. 당시 철거 중인 건물이 도로 쪽으로 무너져 버스를 덮치면서 시민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철거 공사 곳곳에 불법 재하도급이 있었다.

 

 '일반 철거' 공사에서 재하도급이 이뤄지며, 공사 단가가 56억원에서 12억원으로 5분의 1이 됐고, '석면 철거' 공사에서도 공사비가 22억원에서 4억원으로 82%나 감소했다.

 

 불법 재하도급의 가장 큰 문제는 부실 공사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도급을 거듭할수록 중간 단계에 낀 건설사가 이익을 챙기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실제 공사에 쓰이는 비용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재하도급을 받은 회사는 예산에 맞추기 위해 부실한 자재를 쓰고 미숙련 노동자를 고용하게 되며, 공사 기간을 무리하게 단축한다. 그 피해는 시민 몫이다.

 

 2020년 9월 전남 순천시에 개통된 '동천 출렁다리' 공사에서도 순천시에서 공사를 따낸 A사가 B사에 공사 일부를 6억9000만원에 맡겼다. 그 뒤 B사는 C사, C사는 다시 D사에 맡기는 '재재(再再)하도급'이 일어났다. C사와 D사에 공사를 넘긴 것은 모두 불법이다. 마지막 D사가 하청 받은 금액은 2억4000만원이었다. 개통 전 다리 바닥재가 구멍이 숭숭 뚫린 철판으로 돼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올 때쯤에야 불법 재하도급 사실이 드러났다. 이 다리는 결국 보강 공사를 했고 개통이 두 달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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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하도급을 로비에 대한 대가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2017년 서울 강서구 강일고덕지구 철거 현장에서 E사는 F사에 20억원짜리 공사를 맡겼는데, F사는 이 중 고철 철거 부분을 G사에 불법 재하도급 줬다. 그러면서 G사가 데려다 쓴 인력의 인건비와 장비 비용 등은 F사가 부담했다.

 

 G사는 철거 과정에서 나온 고철을 팔아 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경찰 관계자는 "공사를 따낼 때 G사가 로비를 도와준 대가를 챙겨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일부 현장에선 노조가 재하도급으로 공사를 따내 소속 노조원들에게 일감을 나눠주는 경우도 있다. 노조는 등록된 건설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는 불법이다. 그러나 현장 건설업체는 강성 노조들의 압박에 못 이겨 일부 공사를 내준다고 한다. 이때 노조는 단가를 올려서 재하도급 받는다고 한다. 이른바 '노조 발전 기금'이라는 웃돈을 얹는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때마다 민노총과 한노총 산하 지부장들이 경쟁적으로 달려들어 '일감을 달라'고 요구하는데, 보복을 우려해 일부 공사를 준다"고 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의 한 아파트 현장에서 한 노조는 거푸집(알루미늄폼) 설치비로 1㎡당 4500원을 받았다. 통상은 1㎡당 4000원이지만, 노조 몫으로 500원을 더 받았다는 것이다. 20만㎡ 규모 이 현장에서 이렇게 노조가 챙긴 '발전 기금'은 약 1억원이라고 한다. 이 발전 기금을 어떻게 쓰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사정이 이런데도 적발과 처벌은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당국에 적발된 불법 재하도급 업체는 14곳에 그쳤다. 전국 전문건설업체 중 0.028% 수준이다.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준이 미미하다. 14곳 중 3곳은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영업 정지 기간이 2~6개월에 그쳤다. 나머지 11곳은 과징금 처분이었는데 가장 많은 것이 약 1300만원이었다. '최근 5년간 3번 이상 재하도급 적발'이 요건인 업계 퇴출 처분(등록 말소)은, 퇴출 제도가 도입된 2019년 이래 한 건도 없었다.

 

 허종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는 "불법이 적발되어도 처벌 수위가 낮으니 한 건당 많게는 수억 원을 챙길 수 있는 불법 재하도급이 끊이질 않는다"며 "이렇게 비용을 낮추는데 사고가 나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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