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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부르는 건설현장] (上) 재하도급 막았더니…

[부실 부르는 건설현장] (上) 재하도급 막았더니… 

공사 장비 빌린 것으로 위장

                                                                  조선일보. 2022-02-07. 권순완 기자.

 

건설업체, 단속 피하기 꼼수

 

 건설업계에서는 불법 재하도급이 만연해 있다고 하지만, 막상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이를 숨기기 위한 각종 '꼼수'가 발달해 있는 탓이다. 감리업체나 지방자치단체가 현실적으로 서류 심사를 통해 공사 전반을 감독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게 불법 재하도급을 특정 개인이 보유한 타워크레인이나 대형 트럭, 레미콘 설비 등 건설 기계를 빌리는 계약으로 위장시키는 수법이다. 서류상으로는 공사에 필요한 장비를 대여한 것이지만, 실상은 그 사람에게 해당 공사를 하도급 준 것이다.

 

 지난 2019년 강릉의 한 화력발전소 공사에서도 그런 점이 적발됐다. 이 현장의 1차 하청업체였던 A사는 불법으로 B사에 4억2000만 원짜리 재하청을 줬다. 본인들이 해야 할 현장에서 흙을 퍼내는 준설 공사 일부를 B사에 넘긴 것이다. 그러면서 두 회사는 3개월간 B사가 돈을 받고 건설 기계를 빌려준다는 계약서를 쓰고 합법으로 꾸몄다. 하지만 불법행위가 적발돼 기소됐고 1심 재판부는 "하도급 계약을 임대차 계약으로 꾸민 것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하도급을 '근로 계약'으로 꾸미는 사례도 있다. 건설회사가 한 개인을 고용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지만, 막상 이 개인은 직원과 각종 설비를 갖춘 소규모 건설 회사 대표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달 광주광역시 화정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에서도 일부 공사를 하도급 받은 업체가 불법 재하도급을 주면서 업체 대표 1명과 17억 원짜리 근로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나 경찰이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와 업체가 계약을 하면 하도급이 불법인지 쉽게 가릴 수 있지만,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 중 하나로 숨겨버릴 수 있어 사고가 나는 등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적발이 어렵다"고 했다.

 

[부실 부르는 건설현장] (上) "서로가 이득 챙기니…"

업계, 불법하도급 쉬쉬

                                                               조선일보. 2022-02-07. 유종헌 기자

 

전문가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수년간 각종 건설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불법 재하도급의 뿌리가 뽑히지 않는 것은 건설업계가 

재하도급으로 서로 이득을 보는 일종의 '카르텔'을 만들고 있어서다.

 

 재하도급을 주는 업체의 경우 다른 회사에 공사 상당 부분을 떠넘기면서도 수수료처럼 공사비 일부를 챙길 수 있다. 재하도급을 받는 소규모 건설업체도 손쉽게 일감을 따내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된다. 경찰 관계자는 "모두가 윈윈하는 상황이라 경쟁사끼리도 고소·고발이나 제보를 하지 않는다"면서 "한번 배신자로 찍히면 다시는 일감을 따낼 수 없다는 건설업계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고 했다.

 

 불법 하도급을 적발해야 할 감리업체도 이런 불법을 잡아내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한 전문건설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감리도 경쟁이 치열해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 굳이 업계 관행을 들쑤셔 밉보일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수사 기관에 버금가는 '강제 조사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각 지자체 건설 담당 공무원은 공사 현장 사정을 잘 알지만, 권한이 없으니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손영진 대한건축학회 부단장은 "미국은 공무원이 전문가들을 통해 건설 사업을 실시간으로 관리 감독하는 체계가 구축돼 있다"면서 "최소한 지자체가 발주하는 공사라도 그런 권한을 부여하는 걸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스트라이크 아웃'같이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현재 건설 면허를 잃게 되는 '등록 말소'는 '5년간 3회 이상 적발'이라 실제 적용되는 일이 없이 유명무실하다. 최명기 동신대 교수는 "현장에 적발 권한도 없고 서류 심사 위주로 감시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누구도 '3진 아웃' 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참사 후에 후회하는 대신 퇴출 요건을 완화하거나 영업정지·과징금의 수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부실 부르는 건설현장] (上) 56억 공사, 불법 재하청

거치자 44억 샜다

                                                    조선일보. 2022-02-07. 권순완 기자. 유종헌 기자

 

대형 사고마다 재하도급 만연 / 시공사 "하청업체 감독 나가면 갑질이라며 트집, 점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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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천십팔년 9월 6일 밤 서울 동작구 상도유치원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더니 벽과 기둥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이날 낮 유치원생 117명이 수업 받았던 곳이다. 바로 옆 공사 현장에서 흙이 무너져 내리는 걸 막는 벽이 붕괴된 탓이었다. 대형 참사가 날 뻔 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검찰이 작년 말 이 공사장 안전 책임자 등 7명을 기소했는데, 이 현장에서도 '불법 재(再)하도급'이 있었다는 게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현행법은 부실 공사를 막기 위해 공사를 따낸 회사가 그중 일부를 다른 회사에게 맡기는 하도급을 원칙적으로 한 번만 허용한다. 

 

 이 빌라 공사를 맡은 A사는 B사에 7억5000만원에 토목 공사를 맡겼고, B사는 다시 C사에 5억4000만원을 주고 이 공사를 불법 재하도급 줬다. 전문가들은 사라진 2억1000만원이 사실상 B사가 일감을 나눠주는 대신 차지한 '통행세'라고 말한다. 이렇게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진 현장에선 비용을 아끼려 비숙련 인력을 쓰거나 싼 건설 자재 등을 사용해 공사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건설 사고의 근저에 이런 불법 재하도급이 만연해 있다는 것은 수년간 각종 건설 참사에서도 드러났다. 작년 6월 철거 중인 건물이 버스를 덮쳐 시민 9명이 숨진 광주광역시 학동 참사도 그중 하나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철거 공사를 56억원에 하도급 줬고, 한솔은 백솔건설에 12억원 규모로 재하도급을 줬다. 이 과정에서 한솔은 철거 공사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44억원을 가져간 셈이란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지자체나 시공사는 불법 재하도급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하청업체가 누구와 일하는지 감독하겠다고 하면 대형사의 '갑질'로 트집 잡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현장에 누가 와서 일하는지 다 단속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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