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게임을 모르는 자, 미래산업 접속불가

게임을 모르는 자, 미래산업 접속불가 

                                                                  조선일보. 2022-02-11. 안상현 기자

 

91dc9bba707f2a460d535e85bc73543d_1644564661_7046.jpg
 

[Cover Story] 메타버스·블록체인·NFT… 이제 모든 길은 게임으로 통한다

 

 30억명. 게임 전문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뉴주(Newzoo)가 추산한 작년 기준 전 세계 게이머 수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78억7500만명)의 38%에 달할 만큼 불어난 것이다. 15년 전만 

해도 이 수치는 2억명에 불과했다.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추어는 "게임 시장은 계속 커졌고, 이제는 영화와 음악 시장을 합친 것 이상"이라며 게임 산업이 작년 한 해 창출해낸 직간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3000억달러(약 360조6900억원)로 추산했다.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직전 전성기를 구가했던 전 세계 영화 산업 시장 규모(2019년 기준 1010억달러)의 3배 수준이다.

 

 게임 산업이 팬데믹을 거치면서 명실상부한 주류 산업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비대면 사회가 고착되면서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많이 늘어난 데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가 차세대 기술 겸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게임이 최적화된 콘텐츠로 각광받게 된 것이다. 그러자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구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빅테크들도 유명 게임사를 인수하거나 새 게임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하는 등 저마다 전략으로 게임 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최강자 넷플릭스의 게임 산업 진출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사례를 두고 "게임이 이제 빅테크가 무시하기엔 너무 커졌다는 걸 보여준다"며 "앞으로 더 큰 규모의 게임 관련 합병이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아이들 놀이에서 세계경제의 축으로 변모한 글로벌 게임 산업의 변화와 미래 전망을 WEEKLY BIZ가 

분석했다. 

 

여성도, 노인도 게임 삼매경

 

 게임 산업을 키운 대표적 원동력은 다양해진 소비층이다. 과거 게임은 주로 아이들이나 젊은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 이런 주장은 편견이 된 지 오래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협회(ESA)가 작년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전체 게이머 중 45%는 여성이다. 미성년자만 즐기는 것도 아니다. 만 십팔세 이상 성인의 67%가 주기적으로 게임을 즐긴다.

 

 미성년자(76%)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재택근무가 늘면서 온 가족이 여가 시간에 게임을 즐기는 것도 보편적 풍경이 됐다. ESA 조사에서 부모의 74%는 적어도 매주 한 번 이상 자녀와 게임을 함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만 해도 이 비율은 55%였다.

 

 게임을 즐기는 노년층이 증가했다는 점 역시 큰 변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연세대 게임문화연구센터는 작년 2월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의 게임 문화에서 주목해야 할 새로운 이용자 집단 중 하나로 50세 이상 게이머를 뜻하는 '그레이 게이머(grey gamer)'를 꼽았다. 

 

 이어 "게임은 신종 코로나에 취약한 노년층에게 등산, 낚시 같은 야외 활동을 대신할 수 있는 여가 활동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리서치 기업 글로벌웹인덱스에 따르면, 55~64세 게이머 수는 지난 이천십팔년 대비 2020년 3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ESA 조사에서도 작년 기준 전체 게이머에서

5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6%로 18세 미만 게이머(20%)에 육박한다. 

 

 여성과 노인 게이머가 급증한 배경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과거 비디오 게임들은 고사양 PC나 플레이스테이션·엑스박스 같은 콘솔 게임기와 함께 게임 소프트웨어가 필요했다. 하지만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쓰는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누구나 쉽게 앱 마켓에서 게임을 내려 받을 수 있게 됐고, 모바일 게임은 게임 시장 수익의 52%를 차지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모바일 게임 분야에선 여성이 남성 게이머를 넘어서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뉴주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을 일주일에 5일 정도 즐긴다고 답한 비율이 남성은 29%인 반면, 여성은 35%다. 그레이 게이머 역시 모바일 게임을 즐긴다. 연세대 게임문화연구센터가 50세 이상 게이머 195명을 대상으로 즐기는 게임 종류를 물어본 결과, 70.2%(137명)가 모바일 게임이라고 응답했다. PC 게임과 콘솔게임 이용 비율은 각각 24.1%, 5.1%에 그쳤다.

 

게임 산업에 뛰어든 빅테크

 

 게임 산업 저변이 확대되고 메타버스와 VR(가상현실)이 차세대 인터넷 플랫폼으로 전망되자 빅테크 

기업들 역시 게임 사업에 뛰어들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게임이야말로 그래픽과 상호작용, 커뮤니티 등 

가상 세계 핵심 요소를 모두 담고 있는 종합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빅테크 중 가장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곳은 MS다. 이미 엑스박스라는 게임 사업 기반을 가진 MS는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외에도 작년 초 게임 '폴아웃' '둠' 등으로 유명한 대형 게임사 베데스다를 약 8조7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수년 새 10여 게임사를 흡수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최고경영자)가 "게임 산업 제패에 올인(all-in) 하겠다"고 밝힐 만큼 게임 사업에 사운(社運)을 걸고 있다. 

 

 2억2000만명의 유료 회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OTT 업체 넷플릭스 역시 새로운 다크호스로 관심을 끌고 있다. 작년 7월 게임 시장 진출을 선언넷플릭스는 두 달 뒤 미국의 게임 개발사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인수했고 11월에는 자체 제작 인기 드라마인 '기묘한 이야기'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만든 모바일 게임 5종을 출시하는 등 게임 산업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0일 콘퍼런스콜에서 리드 헤이스팅스 CEO와 그레그 피터스 COO(최고운영책임자)는 "2022년에는 게임 장르에 있어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것"이라며 "사람들이 알 만한 대형 게임 IP 판권을 연말까지 사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점점 많아지는 빅테크의 진출을 두고 "게임은 빅테크의 새로운 전장"이라며 "누군가는 수억 명의 가입자를 가진 게임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대 격전지는 클라우드 게임

 

 빅테크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게임 분야는 게임계의 OTT라 할 수 있는 클라우드(원격 컴퓨팅) 게이밍 서비스다. 가상 서버에서 게임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고 5G 같은 초고속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조작하는 방식이다. 

 

 스트리밍 방식이라 다운로드가 필요 없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휴대용 기기로도 고사양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 덕분에 하드웨어적인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유통 혁신으로 여겨진다. 비지니스 모델도 OTT와 같다. 한 달에 5~10달러 구독료만 내면 플랫폼과 수급 계약을 맺은 모든 게임을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다.

 

 ‘게임계의 넷플릭스’가 되기 위한 경쟁은 이미 치열하다. 당장 세계 3대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 꼽히는 

아마존(AWS)과 MS(애저), 구글(구글 클라우드)이 모두 정기 구독 방식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플랫폼을 출시해 경쟁 중이다. 2019년 11월 구글의 스태디아 출시를 시작으로 2020년 9월에는 MS의 ‘엑스박스 게임패스’가 시장에 등장했고, 한 달 뒤인 10월에는 아마존이 ‘루나’라 불리는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밖에 그래픽 카드 제조사로 유명한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나우’ 등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로 차세대 게임 유통망을 장악하려는 기업은 많다. 국내에선 지난 2020년부터 이동통신 3사(社)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경쟁이 시작됐다. S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MS, 엔비디아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들여왔고, KT는 대만 유비투스와 손잡고 자체 개발한 ‘게임박스’를 출시했다.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경쟁의 관건구독료가 아깝지 않은 콘텐츠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다. 이미 지난 2014년부터 관련 서비스를 해온 콘솔게임용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 나우는 보유한 게임 콘텐츠가 800개 이상이다. 작년 3월 기준 유료 사용자가 320만명을 넘기는 등 최근 5년간 385% 성장하며 소니의 새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후발 주자인 MS가 여러 유명 게임사를 인수하는 목적 역시 이런 안정적 콘텐츠 수급망을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 MS의 블리자드 인수 소식에 소니 주가가 하루 만에 13% 가까이 급락한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블리자드의 게임이 플레이스테이션보단 엑스박스 플랫폼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클라우드 게임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길에르메 페르난데스 뉴주 컨설턴트는 “2019년 이후 많은 클라우드 게임 회사가 시장에 진입했다”면서 “클라우드 게임은 PC와 안드로이드를 넘어 더 많은 기기와 생태계로 확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작년에 출시된 LG의 일부 스마트TV 모델은 지포스 나우와 스태디아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삼성 역시 올해 출시되는 최신 스마트TV 모델을 통해 같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TV만 있어도 게임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돈 버는 게임’도 급성장…사행성이 걸림돌

 

 그간의 고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게임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풍부하다. 액센추어는 “게임은 차세대 수퍼 플랫폼”이라며 “성장의 한계가 미지의 상태로 남아 있다”고 했다. ‘보는’ 게임 시장이 한 사례다. 게임 시청이 문화이자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보다 시청을 선호하는 ‘팝콘 게이머’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콘텐츠와 플랫폼도 빠르게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TV 방송 채널에서 나오는 프로 게이머들의 e스포츠 경기가 전부였지만, 이제는 트위치(아마존 자회사)와 페이스북 게이밍(메타), 유튜브 게이밍 라이브(구글) 등 게임 전문 온라인 스트리밍 방송 플랫폼이 자리 잡았다.

 

 스트리밍 데이터 전문 분석 기관인 스트림 햇쳇 분석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스트리밍 게임 방송 시청 시간은 총 82억1000만 시간으로 팬데믹 초기인 2020년 1분기(49억 시간) 대비 67.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 시간 점유율 1위(70.5%)인 트위치는 매달 700만명이 넘는 방송 진행자(스트리머)가 2600만개가 넘는 채널을 통해 영상을 송출한다. 개인 유튜브 채널 중 구독자 수로 전 세계 1위(1억1100만명)인 ‘퓨디파이’ 역시 게임 방송 채널이다. 액센추어에 따르면 유튜브 상위 10개 게임 방송 채널 구독자 수를 합치면 4억500만명에 달한다.

 

 가상 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 역시 게임의 새로운 미래로 꼽힌다.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비즈니스 모델 P2E(Play to Earn)가 대표적이다. 게임에 쓰이는 돈을 가상 화폐로 전환해 게임 내 경제활동이 실물 경제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역시 게임 내 

아이템과 부동산을 가상 자산으로 만들어 거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국내에선 사행성을 이유로 출시가 막혀 있지만, 해외에선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등 800개 이상의 P2E 게임이 서비스 중이다. 액시 

인피니티는 NFT 거래액이 36억달러에 달한다. 

 

 국내 게임사 중에선 넷마블이 이 시장에 가장 적극적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27일 기자 간담회에서 “올해는 넷마블이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화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신작 라인업 20개 중 70% 이상에 블록체인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해외 출시 예정인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는 넷마블의 히트작인 부동산 거래 게임 ‘모두의 마블’에 NFT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게임 내 부동산을 NFT로 사고팔 수 있게 만들었다. 넷마블은 더 나아가 게임 경제와 연결된 자체 가상 화폐 발행과 상장(ICO)까지 고려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게임 시장은 이미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사행성 논란이 큰 만큼 P2E 게임 도입이 자칫 사행성과 게임 개발사의 탐욕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위정현(중앙대 경영학과 교수) 한국게임학회장은 “P2E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긴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이 말하는 P2E는 게이머보단 게임 회사가 돈을 번다는 측면에서 ‘사기’에 가깝다”며 “이미 사행성 논란이 큰 확률형 아이템에 코인 발행까지 독점할 경우 게임사의 게이머 갈취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게임을 하다 보니 돈이 벌려야지,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하게 되는 순간 ‘바다 이야기 사태’ 당시 아케이드 게임처럼 산업 전체가 소멸할 수 있다”며 “P2E와 결합될 게 자명한 확률형 아이템을 막고 청소년 이용을 금지하는 등 안전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했다. 

0 Comments
Category

2024.4

State
  • 현재 접속자 119 명
  • 오늘 방문자 1,570 명
  • 어제 방문자 3,639 명
  • 최대 방문자 4,265 명
  • 전체 방문자 1,730,484 명
  • 전체 게시물 6,873 개
  • 전체 댓글수 174 개
  • 전체 회원수 881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