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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세계사] 석유 파동 이후 원유 시장 변화

[신문은 선생님][숨어 있는 세계사] 석유 파동 이후 원유 시장 변화

                                            조선일보. 발행일: 2022.03.02. 윤서원 단대부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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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 기술 발전하며 석유 고갈 시기 늦춰졌어요.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을 둘러싼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서 6주 연속 석유 가격이 

뛰고 있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예멘 반군의 UAE 석유 시설 공격 등으로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유가(油價)가 상승하는 거예요. 러시아와 UAE는 전 세계 5위권에 드는 

원유 수출국이랍니다. 

 

 '세 번째 오일 쇼크(석유 파동)'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오일 쇼크는 공급 감소로 석유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 정치·경제가 대혼란에 빠지는 사태를 말해요. 그동안 유가 변동은 나비효과처럼 전 세계

에 큰 영향을 미쳐 왔어요. 석유는 주요 산업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까닭에 산유국은 과거부터 

석유를 무기처럼 사용하기도 했어요. 

 

1·2차 오일 쇼크의 전개

 

 과거 오일 쇼크는 어떻게 일어났을까요? 제1차 오일 쇼크를 불러온 건 '제4차 중동 전쟁'이에요. 1973년 

이집트와 시리아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면서 시작됐죠. 이전 세 번의 중동 전쟁에서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겠다는 이유였어요. 이때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했는데요. 

 

 산유국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속한 아랍 국가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에 제재를 가하기 

위해 석유 가격을 배럴(1배럴은 158.9리터)당 4배 가까이 인상했어요. 미국·영국 등 일부 국가에 대해서

석유 수출을 금지했죠. 

 

 그 결과 세계 경제는 급격히 침체됐어요. 각국은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경제 구조조정

을 해야 했고요. 1974년 석유 금수 조치가 해제됐지만 유가가 그 이전만큼 떨어지지 않아 경제 침체는 

1970년대 내내 지속됐어요. 

 

 1970년대 후반부터 영국 등 비(非)OPEC 국가들의 원유 생산이 크게 증가했어요. 그러자 국제 석유 

시장에서 OPEC의 영향력이 줄기 시작했죠. 이에 OPEC은 영향력 유지를 위해 1978년 12월 기습적으로 

원유가를 15% 정도 올리기로 결정했어요. 

 

 1979년 일어난 '이란 혁명'도 석유 파동에 영향을 줬어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팔레비 왕조를 무너

뜨리고 현재의 이란인 이란이슬람공화국을 세운 거예요. 이란의 정치·사회는 불안정해졌고, 세계 원유 

공급의 약 15%를 차지하던 이란 석유 산업이 침체하면서 '제2차 오일 쇼크'가 일어났어요. 

 

 오일 쇼크는 우리나라에도 심각한 여파를 일으켰어요. 전체 공산품 가격이 오르고 대중교통 요금과 화물 

수송비도 인상됐어요. 정부는 승용차의 공휴일 운행을 금지했어요. 관공서는 보일러 가동 시간을 하루 

평균 6시간으로 줄이는 등 에너지 절약 정책도 폈죠. 

 

  그러나 위기가 기회로 바뀌기도 했답니다. 당시 유가 상승으로 거액의 '오일 머니'를 벌어들인 중동 산유

국은 사회간접자본과 경제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요. 이때 우리나라 정부는 오일 쇼크 피해를 만회

하기 위해 중동 지역 건설 진출을 적극 장려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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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중동 지역에서 건설 공사를 대거 수주하면서 1976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중동 특수'를 누렸어요. 중동 수주 금액은 1973년 1억7400만달러에서 1977년 35억달러, 1978년 81억

달러로 늘어났답니다. 

 

미뤄지는 피크 오일

 

 산유국들은 언제까지 석유를 정치적 무기로 이용할 수 있을까요? 오래전부터 석유 고갈론이 있었는데요. 

 바로 '피크 오일'(peak oil) 이론입니다. 석유 생산량이 최고점을 찍은 후 점점 내려가 세계에 대규모 

경제 공황이 올 것이라는 이론이에요. 

 

 이 이론은 1956년 미국의 지질학자 킹 허버트(1903~1989)가 처음 주장했어요. 그는 석유 생산이 1970

년대 초 정점에 달하고 이후 줄어들면서 석유 시대가 끝날 것이라고 예견했죠. 실제 1970년대 초에 '1차 

오일 쇼크'가 일어나며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듯했지만, 이후 석유 생산은 오히려 늘었어요. 석유 고갈론

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유전(油田) 발견 속도가 기존 매장량의 감소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이라고 봤는데요. 실제로는 측량·시추·정제 기술의 발전으로 석유 고갈 시기가 늦춰지고 있어요. 

 

 기존 원유와 다른 방식으로 생산하는 '셰일오일'이나 '오일샌드' 등의 개발고갈 시기를 미루는 데 한몫

하고 있어요. 셰일오일은 모래와 진흙 등이 단단하게 굳어진 퇴적암 지층인 '셰일(shale)층'에 매장돼 있

는 원유예요. 보통 원유보다 깊은 지층에 있죠. 중국·러시아·미국 등 전 세계에 분포해 있는 셰일층은 매장량

이 대규모일 것이라 추정돼요. 

 

 오일샌드(oil sand)는 말 그대로 모래나 흙 속에 포함된 석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2조5000억 배럴만큼

분포돼 있다고 추정되는데, 주로 캐나다와 미주 지역에 매장돼 있죠. 

 

 셰일오일과 오일샌드는 제1차 오일 쇼크 이후 중동 석유를 대신할 화석연료로 주목받았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기술 부족으로 뽑아내지 못하다가 2000년대 들어 채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생산이 시작됐어요. 다만 셰일오일과 오일샌드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셰일오일은 높은 압력으로 지층을 부수려면 물을 많이 쓸 수밖에 없어 물 자원이 낭비될 수 있고 채굴

할 때 함께 나오는 화학물질 때문에 지하수 오염 우려가 높아요. 

 

 오일샌드는 추출과 정제 과정에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정제할 때 막대한 양의 폐수가 나온다는 

단점이 있어요. 오일샌드에서 정제한 석유가 일반 석유보다 5~15% 정도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도 

하고요. 

 

원전과 태양광 패널 깔리는 중동 사막

 

 그동안 석유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던 사우디아라비아·UAE 등 중동 산유국들은 최근 석유 의존형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힘쓰고 있습니다. 세계적 흐름인 탄소 중립에 대비하기 위해 석유로 

벌어들인 천문학적 돈을 수소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쏟아 붓고 있는데요. 대체 에너지 

개발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이 줄어들면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산업과 에너지 구조를

빨리 바꿔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거죠. 

 

 사우디아라비아가 2020년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쏟은 발주 액은 48억5000만달러(약 5조8000억

원)에 이른다고 해요. 사우디아라비아는 2060년 탈석탄 사회 실현을 목표로 동부 해안 지역에 수소 공장

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UAE·쿠웨이트·카타르 등도 상황은 비슷해요. 

 

 우리나라 첫 수출 원전으로 UAE에 짓고 있는 바라카 원전 가운데 1·2호기는 지난해 가동을 시작했고, 

3·4호기도 공정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요. 

 

 이 원전은 중동 지역에 들어서는 첫 원전이기도 해요. 석유가 묻혀 있던 중동의 사막에 태양광 패널이 

깔리고 원전과 풍력발전 단지가 들어서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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