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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세계사] 엘도라도(El Dorado)

[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엘도라도(El Dorado) 

                                              조선일보. 발행일: 2022.03.23. 서민영 함현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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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루 바른 족장이 호수에 몸 씻어"… 황금 도시의 전설

 

 최근 메타버스(가상현실) 공간에서 가상 부동산을 사고파는 일이 늘고 있어요.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가상 부동산은 현대판 '엘도라도'"라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메타버스가 엘도라도처럼 실체가 없는 

공간임을 비유하는 말이에요. 

 

 엘도라도 이야기는 16세기 무렵 등장했는데요. 엘도라도는 스페인어 정관사인 '엘'(El)과 '황금빛으로 

된'이라는 의미의 '도라도'(Dorado)가 합쳐진 말'황금의 나라'라는 뜻입니다. 지금은 '낙원'과 같이 

더 확장된 의미로 쓰이고 있죠. 과거 많은 탐험가들은 엘도라도를 찾고자 수많은 모험을 했습니다. 

 과연 그들은 엘도라도를 찾았을까요? 

 

금가루 바른 족장 이야기

 

 과거 사람들은 매우 반짝이는 황금을 만물의 생명을 자라게 하는 '태양의 조각'으로 여겼어요. 이 때문에 

많은 고대 문명에서는 황금과 태양이 동일시됐죠. 또 녹슬지 않는 성질 때문에 영원성의 상징처럼 받아

들여져 귀금속 중 가장 귀중한 보물로 대접받았죠. 

 

 그러던 중 16세기 스페인 정복자들 사이에서 귀가 솔깃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어요. 건물이 온통 금으로 

덮여 있고, 음식 이외의 것은 대부분 순금이나 금박으로 장식된 곳이 있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 이야기

는 어디서 나온 걸까요? 

 

 당시 스페인은 중남미 지역을 정복하며 식민지를 개척하고 있었어요. 그중 현재 콜롬비아 보고타 부근의 

고원 지대에 살던 무이스카족(族)에서 대대로 내려오던 풍속이 있었어요. 

 

 1년에 한 번 온몸에 금가루를 바른 족장이 뗏목을 타고 과타비타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가 즉위식을 

치르는 거였어요. 뗏목에는 금과 에메랄드가 가득 실려 있었죠. 

 

 그 이후 족장은 물에 뛰어들어 몸에 칠한 금가루를 씻어내고, 배에 실은 금은보화를 호수에 던져 신에게

제물로 바쳤다고 해요. 왜 그렇게 했는지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 부족에게는 "아득히 먼 옛날 하늘에서 

황금신이 떨어져 과타비타 호수 아래 정착했다"는 신화가 있었다고 해요. 부족의 번영과 안녕을 위해 제의

를 지낸 거예요. 

 

 그런데 탐험을 하던 중 이 이야기를 듣게 된 스페인 정복자들이 '금가루 바른 족장' 이야기를 부풀려 퍼트

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족장만이 아니라 부족원들도 금가루를 몸에 두껍게 칠한 뒤 잠자기 전 물로 씻

어내고, 아침이 되면 다시 온몸에 금가루를 바르는 것으로 내용이 바뀌었죠. 

 

 스페인 정복자들은 금가루를 바르는 사람을 '엘 옴브레 도라도(금으로 덮인 사람)'라고 불렀고, 이것이 

지금의 엘도라도라는 말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이후 엘도라도는 '무이스카족의 족장이 사는 지역' 혹은 '황금이 넘치는 도시'로 의미가 변했어요. 

 그러면서 "엘도라도에 사는 전사는 금으로 만든 갑옷을 입고 있다" 같은 과장된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했

습니다. 이에 사람들은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엘도라도를 찾아 나서기 시작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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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도라도 찾아 콜롬비아로

 

 1536년 스페인 정복자 곤살로 히메네스 데 케사다는 동생 에르난 페레스 데 케사다와 함께 엘도라도를 

찾겠다며 무이스카 원주민들이 살던 지금의 콜롬비아로 향했습니다. 900명 이상의 군인과 80마리 이상의 

말을 이끈 행렬이었어요. 이들은 굶주림과 낯선 환경, 전염병을 겪어야 했는데요. 11개월 후 목적지에 도착

했을 때는 원정대 중 173명만 살아남은 상태였어요. 

 

 하지만 엘도라도를 향한 그들의 집착은 계속됐어요. 애초 생각했던 대로 황금의 도시가 보이지 않자 동쪽 

혹은 남쪽으로 진로를 바꾸며 계속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주민들의 마을을 약탈하고 많은

부족민들을 죽였어요. 이들은 무이스카족을 결국 점령했지만, 원했던 엘도라도는 찾지 못했습니다. 정복자

들은 원주민들에게 "엘도라도가 어디인지 정확한 위치를 대라"고 닦달하며 잔인한 고문을 자행하기도 했답

니다. 

 

엉망이 된 과타비타 호수

 

 이로부터 40여 년 뒤인 1580년, 보고타 출신의 상인이었던 스페인 사람 안토니오 데 세풀베다는 필립 2세

의 승인을 받고 무려 8000명의 원주민을 동원해 과타비타 호수의 호수 물을 빼내는 엄청난 작업을 시작

했어요. 

 

 수심이 20m 정도 낮아지자 에메랄드와 황금이 발견되기 시작했는데 그 수량이 극히 적었어요. 당시 호수 

물을 빼내기 위해 마련한 배수로마저 무너지면서 또 한 번 많은 원주민들이 숨지게 됩니다. 이후 영국인 

탐험가 월터 롤리도 엘도라도 이야기를 듣고 엘도라도 탐험을 시도했으나 이 역시 실패로 끝났답니다. 

 

 그렇게 과타비타 호수는 점차 엉망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1801년 독일의 유명한 박물학자이자 탐험가 

알렉산더 폰 훔볼트는 "이곳에 적어도 3억달러의 가치가 있는 보물이 잠겨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

고, 나중에는 이 가치가 크게 부풀려졌어요. 이야기에 혹한 사업가들은 참호와 터널을 파내며 보물 찾기에 

혈안이 됐죠. 

 

 심지어 1898년에는 '과타비타 호수 개발 회사'가 설립되는데요. 무려 10년에 걸친 대규모의 발굴 사업

을 진행하게 됩니다. 1904년까지 호수 물은 빼낼 수 있었지만, 뜨거운 태양 때문에 점차 호수 바닥이 시멘

트처럼 단단하게 굳어지기 시작했어요. 발견된 대부분의 금 또한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는 것들이었죠.

 

 1965년이 돼서야 콜롬비아 정부는 과타비타 호수를 자연공원으로 지정하며 호수를 대상으로 한 모든 

채굴을 금지했어요. 

 

 그렇게 16세기 이후 400년 가까이 '황금의 나라'를 찾으려 헤맸던 인간의 허황된 꿈은 허무하게 끝나는

듯 보였는데요. 1969년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남쪽 파스카시에서 엘도라도에 대한 환상을 다시 일깨

우는 유물 한 점이 발견됩니다. 이곳의 농부 3명이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헤매다가 험준한 바위 밑에 

있던 작은 동굴을 발견했는데요. 그 안에서 엄청난 유물을 발견한 거예요. 

 

 길이 19.5㎝·너비 10.1㎝·높이 10.2㎝의 뗏목에 족장이 올라타 있는 형상으로, 무이스카족 족장의 

즉위식 장면을 재현한 것으로 추정돼요. 이 공예품은 순도 80% 이상의 금으로 제작됐고, 특히 무이스카 

문화 후기에 해당하는 1200~ 1500년 사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19세기 미국의 골드 러시]

 

 '골드 러시'란 금광이 발견된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에요. 19세기 브라질이

나 칠레·미국 등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죠. 

 

 이 중 가장 유명한 골드 러시는 1848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강 근처에서 발견된 금광인데요. 

당시 나무로 재목을 만드는 제재소(製材所)를 만들다가 방수로에서 우연히 빛나는 사금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었다고 해요. 

 

 이 소문이 퍼지자 다수의 미국인들이 금을 캐기 위해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고, 1849년에는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 약 10만 명이 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왔어요. 이런 이주민들을 '포티 나이너스(Fo rty-

niners)'라고 불러요. 

 

 1848년부터 10여 년간 이곳에서 채굴된 금의 가격만 약 5억50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골드 러시로 인한 단기간의 급격한 인구 증가1850년 9월 캘리포니아는 정식 주(州)로 승인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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