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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간척 등으로 1년 사이 23㎞나 짧아졌어요

국립해양조사원이 우리나라 해안선 총길이가 약 1만5257㎞라고 지난달 9일 발표했어요.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3㎞ 줄어든 길이인데요. '해안선(海岸線)'은 바다와 육지를 나누는 경계선이에요. 해안선이 짧아지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어요. 해안선이 줄어들었다는 건 어떤 의미이고, 어떤 영향이 나타날까요.

자연 해안선과 인공 해안선

해안선은 자연 해안선과 인공 해안선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바다가 암석이나 모래처럼 자연 상태의 육지와 만나면 자연 해안선, 파도나 해일 등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방파제 등 인위적인 시설물과 만나면 인공 해안선이라고 하지요. 우리나라는 자연 해안선이 약 9771㎞로 전체 해안선의 약 64%를 차지하는데요. 자연 해안선은 2014년(약 9877㎞)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어요. 반면 같은 기간 인공 해안선은 약 5085㎞에서 5486㎞로 지속적으로 늘고 있죠.

이는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자연 해안선이 있는 곳에 인공 구조물이 세워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바다에는 선박이 안전하게 드나들고 머무를 수 있도록 풍랑을 막아 주는 설비인 항만(港灣), 육지와 섬을 잇는 다리인 연륙교(連陸橋)나 방파제 같은 시설이, 하천에는 댐 등이 세워지고 있죠. 지난해 대비 자연 해안선이 약 50.4㎞ 줄고, 인공 해안선은 약 26.5㎞ 늘어났어요.

이렇게 인공 해안선이 늘어나면 총 해안선의 길이가 짧아질 수 있어요. 자연 해안선은 구불구불하고 복잡한 곡선 모양으로 생긴 곳이 많은데, 이곳을 구조물로 막아 직선에 가까운 완만한 모양으로 만들기 때문이지요. 등산할 때 정상까지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로 올라갈 때보다 직선으로 올라갈 때 길이가 더 짧은 것을 떠올리면 됩니다.

해안선이 굽은 정도를 수치로 환산한 값을 '굴곡도'라고 하는데요. 수치가 클수록 해안선이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해요. 수치가 작을수록 단조로운 거고요.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간석지(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나 습지, 모래 해안, 모래 언덕 등이 발달한 서해안이 굴곡도가 컸어요. 하지만 1990년대(9.70) 대비 서해안의 굴곡도는 현재(5.24) 큰 폭으로 줄었어요. 서해안의 갯벌을 막아 농사지을 땅이나 공장 터 등을 만드는 간척 사업이 많이 벌어졌기 때문이에요.

같은 기간 남해안의 굴곡도는 8.54에서 7.89로, 동해안은 0.86에서 0.83이 됐습니다. 서해안이 이젠 남해안보다 더 단순한 모양이 된 거지요. 이렇게 우리나라의 해안선은 점점 직선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토양·암석 깎여 해안선 육지로 이동해

기후변화도 해안선 길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해안선은 거센 파도와 폭풍으로 모래와 바위·자갈·흙 등이 옮겨지고 깎이며 모습이 달라지는데요. 그중 파도나 바람 등의 영향으로 바닷가 모래와 토양·암석이 깎여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계속 밀려 들어가는 현상을 '해안 침식(海岸浸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안 침식이 이뤄지면 바닷가 모래와 암석이 깎여 들어가 굴곡도가 완만해지고, 그러면서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밀려나가 길이도 짧아집니다. 최근에는 이상 기온으로 해변 등지에 폭풍이 비정상적으로 자주 발생하면서 해변을 더 많이 깎아나가고 있어요. 바다에 세워진 인공 구조물은 이런 현상을 가속화합니다. 파도가 구조물에 부딪치며 파도의 방향이 바뀌고, 더 거세게 해안선에 다다르는 거예요. 이 때문에 완충 지대인 해변 면적은 줄고, 해안 침식이 일어나죠.

특히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은 해안선이 짧아지게 하는 주된 이유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도가 계속 올라가면서 거대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그만큼 해안선이 육지 쪽으로 후퇴하는 거예요.

사라지는 섬들

기후변화로 해안선이 짧아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세계 해안선의 3분의 1 이상이 모래 해변과 만나는데요. 유럽 지역에서는 해변을 중심으로 빠르게 해안 침식이 이뤄지며 해안선이 줄고 있어요. 이탈리아 해안선의 길이는 총 7만5000㎞인데요. 관광과 휴양지로 유명한 베네치아와 시칠리아 주변의 해안 등 여러 곳에서 1만7250㎞에 달하는 해안의 침식이 진행되고 있어요.

그리스 북부 할키디키 지역에서는 해수욕장 한 곳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어요. 이곳은 드넓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해 연간 그리스 방문객 약 3000만명 중 10%가 찾을 정도로 유명한 휴양지였어요. 해안선이 총 5313㎞인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는 화산섬과 군도(작은 섬 무리)로 구성된 섬나라예요. 섬의 둘레가 곧 해안선이 되는 거죠. 최근 몇 년 사이 이곳의 섬 5개는 바다에 완전히 잠겨 사라졌고, 다른 6개 섬도 빠르게 해안선이 줄고 있어요.

EU(유럽연합) 공동연구센터(JRC)의 미칼리스 보스도카스 연구팀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기후와 해안선의 관계를 연구했는데요. 세계가 현재 속도로 탄소를 배출한다면 세계 모래 해변의 절반이 금세기 말까지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가장 피해가 심한 호주는 약 1만1400㎞의 해변을 잃게 되는데, 이는 호주 전체 모래 해안선의 약 50%에 해당해요. 감비아와 기니비사우는 전체 해안선의 60% 이상이 사라지는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자연 경관과 생태계 파괴해

해안 침식은 바닷가 주민들의 삶을 위협해요. 해변은 폭풍·해일 등으로부터 육지를 보호하는데요. 침식으로 해안선이 후퇴하고 해안 수심이 깊어지면 이런 보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돼요.

해안선이 줄어든다는 것은 서해안의 갯벌이나 사구 같은 중요한 생태의 보고(寶庫)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연안습지로 유명한 순천만은 갯벌 면적이 100년 전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어들었어요. 인천에서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매립으로 아암도·낙도 등 흔적도 없이 사라진 섬이 수십 개에 달한답니다.

[그래픽] 해안선 기고자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장르 : 고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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