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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층부터 23층까지, 아파트 벽이 찢어졌다

38층부터 23층까지, 아파트 벽이 찢어졌다. 발행일 : 2022.01.12 

                                            조선일보: 광주광역시=권경안 기자. 광주광역시=김성현 기자. 광주광역시=조홍복 기자

 

광주서 신축 공사 중 외벽 무너져

작업자 6명 연락두절, 1명 부상

 

 광주광역시 고층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1개 동 상층부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현장 작업자 6명과 연락이 닿지 않아 추가 인명 피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고 현장 타워크레인과 건물의 추가 붕괴가 우려돼 현장 인근 100여 가구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11일 광주시 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6분쯤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화정현대 아이파크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외벽이 무너져 내렸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이 사고로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A(20대)씨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사고 현장 1층 컨테이너 안에 있던 2명은 구조됐으며 3명은 자력으로 대피했다. 떨어진 구조물이 인근에 주차된 차들을 덮쳐 차량 10여 대도 파손됐다.

 

 광주광역시 소방 당국은 "이날 현장에 투입된 22개 업체 394명 중 작업자 6명과 연락이 닿지 않아 소재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6명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한 결과 모두 사고 현장 인근으로 확인됐다. 6명 중 5명은 같은 지점에서, 1명은 다소 떨어진 지점에서 각각 신호가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사고가 발생한 동의 28~31층에서 창호 공사 작업 등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소방 당국은 "이 6명이 공사 현장에 투입됐는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사고 아파트 외벽 콘크리트 타설 중 23∼38층 외부 측면이 붕괴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1개 층 높이를 2.8m로 계산할 경우, 지상 106 ~64m 높이에서 콘크리트 더미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날 사고는 햇볕이 부족한 겨울철에 콘크리트가 충분히 양생(養生)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풍이 불어 타워크레인 지지물과 거푸집 등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하면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경찰과 소방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사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고, 사고 굉음에 놀란 주민들은 크게 놀라 대피했다. 목격자들이 찍은 영상을 보면, 굉음과 함께 엄청난 분진을 내며 아파트 한쪽 귀퉁이 콘크리트 구조물이 위에서 아래로 뜯겨 나가듯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영상을 찍은 목격자는 "아이고 어떻게"라며 탄식을 내뱉었다.

 

 인근 상가 주민은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에 놀라 직원들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기 바빴다"고 전했다. 일부 상가에는 지상으로 떨어진 콘크리트 파편이 내부로 튀어 들어오기도 했다.

 

 다른 장소에서 찍은 방범카메라(CCTV) 영상에는 아찔한 장면이 담기기도 했다. 검은 옷을 입은 행인이 아파트 

건설 현장 옆을 지나다 갑자기 무슨 낌새를 느낀 듯 헐레벌떡 현장을 이탈했다. 행인이 현장에서 벗어난 직후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마치 폭탄이 떨어진 듯 붉은 화염이 치솟고, 회색 분진이 주변을 덮쳤다. 사고 직후 인근 상가와 아파트 100여 가구 주민들이 추가 붕괴 우려로 대피했다.

 

 이번 사고로 부상을 입은 A씨는 사고 건물 33층에서 동료와 함께 단열 시공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무너져 내린 외벽 잔해에 휩쓸려 29층까지 추락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행히 A씨는 골절 등 큰 부상은 피했고, 무너져 내린 구조물에 부딪혀 가벼운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A씨와 함께 같은 층에서 일하던 작업자는 붕괴 사고 당시 반대편에 있어서 화를 면했다고 A씨는 전했다.

 

 이날 오후 늦게 당국의 수색 작업은 중단됐다. 조호익 광주서부소방서 재난대응과장은 이날 저녁 8시 10분 브리핑에서 "140m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붕괴할 위험이 있어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변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수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12일 오전 안전진단을 한 후 수색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국은 또 외벽 잔재물이 추가로 낙하할 위험도 있어 주변 통제 조치를 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에 달려온 실종자 가족들은 안타까움과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오전 9시 30분 전화를 끝으로 매형과 연락이 두절됐다는 50대 남성은 "소방 관련 일을 하던 매형이 지하에 깔려 있는 듯하다"며 "저건 전형적인 인재"라고 했다. 

 

 60대 남편이 실종됐다는 아내는 친척들과 함께 현장을 지키다 수색 중단 소식을 듣고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종자의 한 50대 동료는 "아파트가 스티로폼도 아니고 저렇게 구겨질 수 있느냐"며 "도장 일을 했던 동료가 37층에서 일하다 실종됐다"고 했다.

 

 인근 주민들은 '예견된 사고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돌과 합판이 떨어지는 등 안전상 문제가 제기됐음에도 그동안 시공사와 지자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인근 건물 상인 B씨는 "우리가 공사 현장에 관한 민원을 제기한 지가 3년이 다 됐고, 관련 서류가 산더미처럼 많다"며 "소음·분진 등 여러 민원을 제기하고 안전사고 우려를 제기했음에도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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