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대 총회장 17회 한상화님의 3대째 가업 이은 ‘한스 스포츠’
제24대 총회장 17회 한상화님의 3대째 가업 이은 ‘한스 스포츠’
서울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옛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장충체육관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오르막 골목이 나온다. 그 골목 초입에 3층 건물이 있다. 이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국 럭비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보물창고가 나온다.
이 건물의 이름은 ‘한스스포츠’. 1946년 창업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스포츠용품 제조 겸
유통업체다. 고인이 된 한익수 선생이 해방 직후 일본인이 남기고 간 공장을 인수해 럭비복과 럭비공 등을
만든 게 시초였다.
한 선생의 4남2녀 중 둘째인 한상화(71) 씨가 가업을 물려받아 2대 대표가 됐다. 스포츠 용품을 생산하면서
동대문야구장 1층에서 동도체육사-창신체육사로 이름을 바꿔가며 용품을 팔았다. 한익수 선생은 체육사에서
번 돈으로 인근에 3층 건물을 샀다.
야구의 중심이 동대문(고교야구)에서 잠실(프로야구)로 넘어가고,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동대문의 스포츠 상권은 급속히 위축됐다. 선친이 돌아가실 무렵 한 대표는 이 건물로 터전을 옮긴다.
그러면서 럭비 용품 제조 쪽으로 포커스를 맞췄다. 이름도 바꿨다. 한 대표는 “스포츠 선진국에선 설립자의 이름
을 브랜드 명으로 쓰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씨가 대를 이어 하는 거니까 복수로 ‘한스스포츠’라고 이름을 지었지요”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럭비는 예나 지금이나 비인기 종목이다. 중·고·대 합쳐 럭비 팀이 50개 정도 되는데 한 학교에서 연간
1000만원을 팔아줘야 매출 5억원이다. 그나마 연세대·고려대는 글로벌 브랜드의 후원을 받는다.
[20년 전 대표팀 유니폼, 영국 박물관 전시]
한상화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80년 된 럭비공. 신인섭 기자
80년 된 럭비공은 일본 ‘셉타’라는 제품인데 자기들도 그 공이 없다며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팔라’고 합니다.
한성희 대표는 한상화 2대 대표의 아들이다. 3층에 있는 한상화 대표의 사무실은 흡사 럭비 박물관 같다.
1940년대 럭비공부터 시작해 럭비화 밑창에 끼우는 속칭 ‘뽕’이라고 하는 스터드를 연대별로 모아놓은 것도 있다.
페넌트·열쇠고리 등 세계 각국의 럭비와 관련된 용품은 다 있는 것 같다.
서울 한성고 럭비부 유니폼. 신인섭 기자
[일본에 한때 럭비공 연 2000개 이상 수출]
한때는 일본에 1년에 럭비공 2000개 이상을 수출하기도 했다. 일본 명문 대학 팀의 유니폼도 납품했다.
20여년 전 한국 국가대표팀이 입었던, 한스스포츠 로고가 선명한 유니폼은 영국 럭비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한성희 대표는 3대를 이어온 가업에 대해 “대한민국 럭비의 역사와 함께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죠.
그렇지만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게 늘 안타까웠습니다”. 일본어를 전공한 한성희 대표는 이 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 뉴질랜드로 가서 영어와 럭비를 배웠다.
부자(父子)는 회사 운영과 사업 방향에 대해 티격태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누구 생각이 맞고 틀리고가
아니라 보는 시선이 다를 뿐이죠”라고 했다. 그나마 건물이라도 가지고 있어서 견뎌내는 거죠. 한 달 임대료
몇백만원에 인건비 내고는 못 버텨요. 저희는 공장 (신림동)에서 아내가 몇 사람 몫을 하고, 사무실에서 아들이
해 주니까 고생스럽긴 해도 버틸 수는 있지요”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상화 대표는 서울시 럭비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한스배 럭비대회를 유치하기도 했다. (One for All, All for One)’이라는 럭비 격언이 있다. ‘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라는 의미가 좋다며 럭비복에 그 문구를
넣어달라는 손님 요청으로 만든 럭비복을 입고 1970년대에 시내를 활보하였는데, 그만 어느날 중부경찰서에서
형사가 와서 공산주의 사상이 담긴 문구라면서 체포되어 유치장 신세를 진적도 있다.
한익수 선생은 한스스포츠를 일으켜 4남2녀를 반듯하게 키웠다. 한상화 대표도 한스스포츠의 힘으로 남매를
키워 가정을 꾸리게 했다. 이제 그 아들이 가업을 잇고, 아들의 아들이 자랑스럽게 물려받을 수 있도록 키우고
싶다고 한다. 노포(老鋪)는 아름답다.
* 사진 및 글 출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937903#home
* The JoongAng Sunday / 스포츠 오디세이 / 정영재 스포츠전문기자 / 중앙콘텐트랩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