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네덜란드서 스케이트 자랑 말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네덜란드서 스케이트 자랑 말고… 독일 가서 썰매 뽐내지 말라
조선일보. 발행일: 2022.02.21. 최인준 기자
17일간의 치열한 승부 마무리… 종목별 최강국은
독일은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썰매 종목에서만 9개(루지 4·스켈레톤2·봅슬레이 3개)의 금메달
을 쓸어 담았다. 그동안 금메달을 못 딴 스켈레톤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썰매 최강국 입지를 더욱
공고히 했다.
독일이 썰매에서 금메달을 못 딴 건 봅슬레이 모노봅 (미국이 금)뿐이었다.
독일이 썰매 종목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게 된 배경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분단 역사가 있다.
1968년 서독이 처음으로 인공 트랙을 건설하자 동독도 1983년 알텐베르크에 경기장을 지었고, 이후
군비 경쟁 하듯 경기장을 지었다. 덕분에 독일은 현재 국제 규격 슬라이딩센터가 4개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1960년대부터 정부 차원에서 썰매 제작 기술에도 집중 투자했다. 경기장 규모와 장비 성능이 경기력을
크게 좌우하는 썰매에서 독일이 독주할 수 있는 이유다.
20일 막을 내린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특정 국가가 특정 종목에서 메달을 쓸어가거나 강세를 보이는 현상
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동계 스포츠는 고가의 장비와 경기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계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선수 육성 비용이 많이 든다. 이 때문에 국가별로 '선택과 집중'으로 특정 종목을 집중 육성하게 된다.
설상 종목의 경우 기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북유럽·북미 국가에 메달이 몰릴 수밖에 없다.
종목별로 진입 장벽이 높아 특정 국가가 오랫동안 강세를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크로스컨트리의 고장이다. 눈이 많이 내리고, 언덕이 많은 환경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자동차
보다 스키를 더 자주 이용한다. 노르웨이 국민 사이에선 '노르웨이 사람은 스키를 신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동안 크로스컨트리에 걸린 메달 수가 508개인데, 노르웨이가 121개(24%)를 따냈다. 동계올림픽 개인
최다 메달 기록(마리트 비에르겐·15개)도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에서 나왔다
반면 얼음판에선 네덜란드가 수십 년 동안 왕좌를 지켜오고 있다. 이번 대회를 포함해 역대 동계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메달(607개) 중 22%(133개)를 네덜란드 선수들이 가져갔다. 네덜란드는 산이 거의 없어
겨울이 되면 강과 운하가 얼어 전국이 스케이트장으로 변한다.
그 위에서 전 국민이 스케이트를 타고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스케이팅 DNA를 갖게 된 것이다. 인구 1700만
명인 네덜란드에는 스피드스케이팅 등록 선수만 15만명에 달한다. 프로팀이 8개이고, 실업팀 수도 700
개가 넘는다. 400m 길이 장거리 트랙을 갖춘 빙상장이 20개로 미국(6개)보다 많다.
북미와 유럽이 독무대인 겨울 스포츠의 벽을 허무는 나라도 있다. 일본은 스키점프 강국이다. 1998년 나
가노올림픽을 유치한 뒤 집중 육성한 스키점프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폭넓은 저변과 적합한 기후가 일본 스
키점프를 키웠다. 일본 최북단 홋카이도는 겨울 평균기온이 늘 영하에 머문다. 삿포로 주변에는 올림픽
규격인 라지힐(110m 이상) 경기장만 2개이고, 노멀힐, 미디엄힐 등 20개가 넘는 스키점프 경기장이
있다.
네덜란드가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이라면 한국은 쇼트트랙의 맹주다. 한국은 최근 들어 중국·캐나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5개의 메달(금2·은3)을 획득했다.
쇼트트랙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이번 올림픽까지 가장 많은 금메달 (26
개·전체의 40%)을 땄다. 선수층이 두꺼워지고, 국제무대 경험이 쌓이면서 호리병 주법, 날 밀어 넣기 등
다양한 주행 기술을 만들어냈다. 특히 훈련 강도가 높은 유도·레슬링 코치들이 쇼트트랙 대표 팀의 훈련
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훈련 량이 많다.
[그래픽] 베이징 올림픽 종목별 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