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 어려운 산골이 8일째 타고 있다, 역대 최대·최장 산불
접근 어려운 산골이 8일째 타고 있다, 역대 최대·최장 산불
조선일보. 2022-03-12. 울산=이승규 기자. 장근욱 기자. 박강현 기자
울진·삼척 진화율 여전히 80%… 짙은 연기가 헬기 작업 방해 두꺼운 낙엽층 아래의 잔불이 바람 불면
재발화 되는 상황 내일 비 소식 "많이 와야 꺼질것"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산불 등 동해안 지역 산불로 인한 산림 피해 면적이 역대 최대 규모가 됐다.
울진·삼척 산불이 11일 8일째 계속되면서 산불 지속 시간도 역대 최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울진·삼척 산불과 강원 강릉·동해 산불의 산림 피해 면적 추정치
가 2만4523ha라고 밝혔다. 이는 서울 면적(6만520ha)의 약 40%에 해당한다. 산림청이 현재와 같은 체계
적 산불 피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6년 이후 36년 만에 최대 규모다. 기존 최대 피해는 2000년 동해안
산불 때 2만3794ha였다.
산림청에 따르면 11일 현재 울진·삼척 산불 진화율은 80%다. 12일 오전까지 불이 꺼지지 않을 경우,
산불 지속 시간 역시 역대 최장(191시간)인 2000년 동해안 산불을 넘어서게 된다.
산림 당국은 울진군 소광리의 금강송 군락지를 위협하던 불길을 잡은 뒤, 소광리 북쪽 울진군과 삼척시
경계 지역에 걸쳐 있는 응봉산의 불길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울진·삼척 지역 전체
화선(불길) 68㎞ 중 대부분은 진화됐지만 응봉산 지역 화선 6~7㎞ 정도가 남았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금강송 군락지 핵심 지역 인근의 화선은 모두 제압했다"고 말했다.
산림 당국은 헬기 진화 작업을 방해하는 많은 연기와 응봉산의 험한 지형 때문에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9, 10일 이틀 동안 75% 진화율에 머문 것도 이 때문이다.
소광리와 응봉산의 넓은 산불 지역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진화 헬기 조종사들의 시야를 가려 작업이 더뎌
졌다. 또 낙엽이 정강이 높이까지 쌓여 헬기가 물을 뿌려도 낙엽 속의 잔불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특히 해발 999.7m에 달하는 응봉산은 산세가 험하고 경사가 심해 진화 인력이 진입해 작업하기가 어렵
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불산사태연구과 김성용 연구사는 "산불은 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뿌린 뒤 지상 인력
이 진화 작업을 해줘야 꺼지는데 지형이 험해 연계가 안 된 것"이라며 "두꺼운 낙엽층 아래 잔불이 남아
있다가 바람이 불면 재발화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와 경북 지역의 겨울 가뭄도 진화를 어렵게 한 원인이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사이 대구·경북 강수량은 6.3㎜로, 1973년 이후 가장 적었다. 비가 내린 강수일수도 5.5일로
역대 최소 수준이었다.
결국 비가 내려야 산불이 완전히 진화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산림청에 따르면 2000년 동해안 산불
역시 8~15㎜ 상당의 비가 내리면서 진화됐다. 기상청은 13일 울진에 5~10㎜ 안팎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비가 오더라도 땅속으로 깊이 침투할 수 있는 충분한 비가 와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