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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개인 장비, 우크라군보다 구식…

[르포 대한민국] 한국군 개인 장비, 우크라군보다 구식… 

                     성능보다 국내 기업 보호 우선 때문

                                       조선일보. 발행일: 2022.04.04.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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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예상을 깨고 한 달 넘게 진행되고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유럽대륙의 국가 간 전면전이라는 상황은 현실이 되었다. 인터넷과 각종 SNS를 

통해 전해지는 우크라이나군의 분전은 약자의 저항이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면서 사람들 마음을 뭉클

하게 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우크라이나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기분이 든다. 2020년 기준으로 1인당 

GDP가 4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육군의 군용 장갑, 전술 조끼, 방탄복 및 헬멧 등의 

장구류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우리보다 더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보병 전원이 무전기를 갖추고 전투에 임하는 모습까지 보면 아직 분대원들에게 무전기가 

지급되지 않은 우리 군의 상황과 자연스럽게 비교해보게 된다. 

 

 생존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투복, 방탄복 등에 대한 장병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동맹국인 미국

의 작전 요구 성능(ROC)을 참조하여 기준을 설정하고, 우수한 제품을 납품받아 검수하면 되는 일을 

우리는 21세기가 되어서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수십만 병력을 보유한 구매력을 이용한다면 동일한 제품을 더 저렴하게 확보하는 것이 정상이다. '왜 

우리는 많은 돈을 쓰고도 계속 뒤떨어진 장비를 사용하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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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 걸프전 이후 미래의 전쟁은 야간전이라고 강조해왔지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보병에게 충분한 

야간 투시경과 레이저 표적지시기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장착한 훈련도 미흡하다. 

 

 전차, 자주포 등 기계화 장비는 야시 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이를 운용하는 병력은 제대로 된 야간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도시화의 진전에 따라 훈련 환경이 열악해지고 소음과 진동으로 인한 민원이 

늘어난 것이 이유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조치는 미흡하다. 

 

 도시화에 따라 미래의 전장은 산이나 들판이 아닌 도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콘크리트로 지은 

고층 건물이 들어차 있고 지하 공간과 구조물들이 복잡하게 얽힌 도시의 전투는 고지전과 전혀 다르다

 

 연속적 근거리 전투로 진행되는 시가전은 강력한 통신 체계와 더불어 조준 사격보다는 기동 사격 능력

이 필요하며, 보병, 기갑 및 포병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고각의 목표를 겨냥할 수 있는 

화력 체계는 미흡하며 대규모 시가전을 위한 훈련장과 제병 협동 훈련도 부족하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연료가 떨어져 버려진 러시아 전차들의 모습, 그리고 기습 공격을 받아 불타오르는

유류 트럭보급과 수송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화력이 강화되고 기계화 율이 높아질수록 탄약과 유류에 

대한 보급 수요는 늘어나기 때문에 병참선 보호가 더 중요한데, 취약해지고 있는 게 문제다. 

 

 우리 군은 전쟁 발발 시 수세적 방어 전략이 아니라 기계화 부대를 중심으로 과감한 공세를 취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강이라는 기동 군단의 작전 지속 능력을 뒷받침할 수송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벨라루스 국경에서 키이우까지는 거리가 약 120㎞에 불과하지만 러시아는 보급에 실패하였다. 

휴전선부터 평양까지 거리는 180㎞로 더 멀다. 빈약한 도로망과 적대적 전장 환경을 고려해보면 막대한 

탄약과 유류를 안전하게 수송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다. 

 

 이라크전 희생자의 3분의 2가 보급 부대에서 발생한 미군은 수송 차량의 장갑화 및 방탄화, 야간 운행

을 위한 열 영상 장비 보급, 공격 헬기와 드론 및 저격수 등으로 이루어진 호송 부대를 투입하고 원격 

기폭 장치를 방해하기 위한 전자전까지 치르면서 겨우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현재 우리의 수송 역량은 

미군과 러시아군 어느 쪽에 더 가까울지 궁금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보병이 운용하는 대전차 미사일과 휴대용 대공미사일이 얼마나 위협적인지 보여

주고 있다. 지상 작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전차와 공격 헬기마저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구형

화된 전차와 항공기, 소형 무장 헬기(LAH)는 표적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화력이 강해지는 만큼 병력 

이동 수단의 장갑화와 방호력 강화는 절실하지만 진척은 느리다. 

 

 우크라이나군은 상황에 따른 현장 지휘관의 유연한 지휘와 2014년 이후 실전 경험을 축적한 병사들의 

노하우를 결합해 작전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경직된 지휘 체계로 많은 피해를 보며 임무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 군은 2000년대 중반에 현장 지휘관의 적극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임무형 지휘 체계를 도입했지만 정착되었다는 평가는 아직 못 받고 있다. 

 

 대한민국의 군사력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방위산업 역시 2021년 수출 70억 달러를 기록

하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각종 무기와 장비의 조달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군의 필요와 요구보다는 무조건적 국내 개발,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보호를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지

고 있다. 미래 전장의 변화를 고려한 작전 요구 성능(ROC)의 제시는 외국 업체에 대한 일방적 배려라고 

지적받거나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에 직면하면서 변경되기 일쑤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첨단 사양에 집착

하면서 당장 현장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해주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시급한 것은 전쟁과 실전에 대비해 싸울 수 있는 군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병력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지휘관들의 의식 전환과 장구류 교체를 시작으로 시가전과 야간전에 

대비한 훈련과 장비 보급, 작전 지속 능력 보장을 위한 수송력 강화와 방어력 증대, 인명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야전 의료 체계 확충 등은 더 이상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동맹국과 군사적 신뢰성을 유지하는 일 역시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전투는 무기로 승리하지만 전쟁은 

군수로 승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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