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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1호기 바꾸고 F-5 추락한 날

[기자의 시각] 1호기 바꾸고 F-5 추락한 날 

                                                    조선일보. 발행일: 2022.03.05. 원선우 정치부 기자

 

 지난 1월 11일 0시, 대한민국 공군 1호기가 임무를 교대했다. 2010년부터 사용해온 대통령 전용기 보잉 

747-400이 최신 항공기인 보잉 747-8i로 교체된 것이다. 13시간여 뒤인 오후 1시 44분. 심정민 소령

(추서·1993년생·공사 64기)이 조종하던 공군 F-5E가 경기 화성의 한 야산에 추락했다. 그는 민간인을 

보호하려 비상 탈출을 포기했다. 29세 짧은 삶을 마치는 순간까지 조종간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공군은 지난 3일 심 소령 순직 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우측 엔진 연료 파이프에 머리카락 

굵기 구멍 2개가 발견됐다. 이 구멍으로 연료가 새면서 이륙 54초 만에 화재가 났다. 좌우 기동만 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심 소령은 관제탑에 '탈출'을 알렸다. 추락 때까지 10초가량 여유가 있었다. 생사가 엇갈리

는 그 찰나, 심 소령은 마을을 피해 야산으로 기수를 돌렸다. 

 

 심 소령이 타고 있던 F-5E는 1986년부터 운용했다. 조종사보다 일곱 살 많은 노후기였다. 1970년대 이후 

도입한 F-5 계열 전투기는 2000년부터 13대가 떨어졌다. 목숨 잃은 조종사가 12명이다. 모두 창창한 나이

였다. 심 소령과 2020년 말 결혼한 신혼의 아내는 영결식 때 거의 실신했다. 아들의 관(棺)을 부여잡은 

어머니는 통곡했다. 

 

 공군은 심 소령 순직 사고와 관련, "이륙 전에는 육안으로 정비해왔기 때문에 결함을 찾지 못했다"고 

했다. 구멍이 머리카락 굵기인 탓에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부품 점검 기간인 비행 600시간

이 다가오지 않았기에 4년 동안 별도 정비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노후 기체인데도 정비 기준이 지나치

게 느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월 8일 평택 공사장 화재로 순직한 소방관 3명 영결식에 참석했다. 그러나 14일 심 

소령 영결식엔 불참했다. 다음 날 순방 준비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통령 부부는 15일 아랍에미리트연합

(UAE)·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로 떠났다. 심 소령이 숨진 바로 그날 임무를 교대한 최신 전용기를 타고서

였다. 청와대는 이날 브리핑에서 "새 전용기의 외관 대한민국 국호는 용비어천가 목판본체 등을 재해석한 

활자로 새겨 넣었다"고 했다.  

 

 공군은 현재 F-4·F-5 계열 전투기 1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운용한 지 30~40년 넘어 도태 시기가 

지났다. 조종사 순직이 반복될 때마다 군 당국은 "차기 전투기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이라서 당분간은 고쳐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반면 심 소령 순직 당일 도입한 최신 공군 1호기엔 미사일 자동 방어 장치를 비롯, 각종 첨단 체계와 

편의 시설이 완비돼 있다. 새 대통령은 1호기에 오를 때마다 용비어천가 글꼴에 흐뭇해하기보다 기름 

새는 노후기에 탄 조종사들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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