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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사라져도 러시아는 '제2의 푸틴' 찾을 것이다"

"푸틴이 사라져도 러시아는 '제2의 푸틴' 찾을 것이다" 

                                                         조선일보. 발행일: 2022.03.05. 양지호 기자

 

푸틴과 전쟁 이해에 도움이 되는 책

푸티니즘|월터 라쿼 지음|김성균 옮김|바다출판사|510쪽 / 2만5000원

푸틴:권력의 논리|후베르트 자이펠 지음|김세니 옮김|지식갤러리|384쪽/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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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도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시작됐는지 안다." 마틴 울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수석경제논설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무고한 우크라이나를 정당한 이유 없이 침공

하면서 벌어졌다. 세계 전역의 반전 시위대는 푸틴을 비난하며 그를 히틀러에 빗대고 있다. 영국에서는  

푸틴이 광증(狂症)에 빠져 전쟁을 감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헨리 키신저"푸틴을 악마 화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전략의 부재를 증명하는 알리바이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푸틴은 우크라이나 

침공설이 퍼져나갔던 지난 1월 러시아에서 지지율 69%를 기록했다. 전쟁을 원하는 것은 푸틴일까, 

아니면 그를 지지하는 러시아 국민일까. 

 

 두 책은 이 까다로운 질문에 대한 힌트를 준다. 미국의 러시아사(史) 전문가 월터 라쿼(1921~2018) 조지

타운대 교수가 쓴 책 '푸티니즘'과 푸틴과 장기간 독점 인터뷰를 해온 슈피겔 출신 독일 언론인 후베르트 

자이펠이 쓴 '푸틴: 권력의 논리'다. 

 

 두 책은 각각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이듬해인 2015년 나왔다. 두 저자는 키신저의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나간다. 푸틴이 아니라 푸틴을 만든 러시아와 국제정세를 두루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1차적으로는 러시아의 국내적 원인이, 2차적으로는 유럽의 러시아 공포증과 러시아의 서구 공포증이 

중첩돼 있다. 설령 푸틴이 권좌에서 내려오더라도 러시아는 언젠가 또 다른 푸틴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

이다. 

 

 폴란드 태생 유대인 출신 학자인 라쿼는 1993년 '러시아가 극우 국가주의 성향을 띠는 나라로 변할 

것'이라고 정확히 예견했다. 그는 '푸티니즘'에서는 러시아 내 스탈린 인기 상승과 푸틴 지지 현상을 연결

한다. 

 

 2012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조사에서 스탈린은 49%의 득표율로 1등을 했다. 그는 이 결과를 이렇

게 해석했다. "러시아인은 권위주의적인 통치나 독재정권보다 혼란을 더 두렵게 느낀다. 러시아 인구의 

절반이 스탈린의 위대함을 믿는다." 스탈린 집권 기간 러시아가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결과적으로 

민족적 자부심을 안겼다는 것이다. 

 

 두 책에 따르면 푸틴은 '새로운 스탈린'이다. 그가 2000년 집권한 뒤로 러시아 경제가 되살아나기 시작

했고, 새로운 중산층이 생겨났다. 침몰 직전에 다시 강대국이 될 기회를 찾았다. 라쿼는 "러시아 국민은 

민주주의와 자유보다는 안전과 행복을 바랐고, 세계 최강대국의 자부심을 원했다"며, 

 

 "당대의 많은 러시아인이 염원하던 지도자의 역할에 푸틴이 기막히게 부응했다"고 썼다. 그는 이것이 

국가 주도 자본주의와 독재 정치의 결합인 '푸티니즘'의 기원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가운데 뿌리 깊은 러시아의 서구 공포증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서구는 러시아를 적대시하고, 

궁극적으로는 러시아 파멸을 목표로 한다'는 심리다. 

 

 자이펠은 5년 이상 푸틴을 밀착 취재한 이후 '악마의 변호인'처럼 푸틴 입장에서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다. 

 푸틴은 그에게 "우리는 매번 기만당했다"고 토로한다. 

 

 소련 해체 당시 서방세계가 '나토(NA 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東進)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저버렸다는 것이 푸틴의 주장이다. 서방에서는 나토 확대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고 반박하지만, 러시아 입장

에서 나토의 동진은 안보 위협이다. 

 

 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이 책은 푸틴이라는 개인을 악마화하지 않고 소련에서 러시아로 이어져 

온 정서적 연속성을 잘 포착했다"고 했다. 

 

 라쿼는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주장하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책에서 예측했고, 실제로 

이는 7년 뒤 러시아의 침공으로 사실이 됐다. 

 

 그는 "푸틴 후임자가 추진할 정책은 푸틴과 같거나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고 썼다. '문제는 푸틴이 

아니다'라는 그의 지적은 슬프게도 이번에도 들어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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