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중국과 대만
[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중국과 대만
조선일보. 발행일: 2022.03.09. 정효진 양영디지털고 역사 교사
국민당·공산당이 100여 년간 협력과 반목 거듭하고 있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어요.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주장
하며 대만을 수복해야 할 영토로 간주하고 있는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처럼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요. 중국과 대만은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였을까요?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의 등장
대만은 중국 역사에 16세기 무렵부터 등장합니다. 바다를 건너온 스페인과 네덜란드 사람들이 대만 섬
을 점령했지만 명나라의 정성공이라는 사람이 이끈 세력이 그들을 몰아내고 이곳을 명나라 부흥운동의
기지로 삼았어요.
그러나 곧 청나라가 정성공 세력을 진압하고 대만 섬은 청의 지배를 받게 되죠. 19세기 말 청일전쟁에서
패한 청나라가 일본에 대만을 할양하면서 이후 대만은 국민당 정부가 들어오기 전까지 50년간 일본의
통치를 받게 됩니다.
1911년 신해혁명으로 청나라가 붕괴되고 중화민국을 세우는 데 앞장섰던 쑨원은 1920년 자신이 이끌
던 단체를 중국 국민당으로 개조해요.
1921년에는 천두슈와 리다자오 등이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에 자신감을 얻고 중국 공산당을 조직했어요.
국민당과 공산당은 당시 군벌과 제국주의를 공통의 적으로 삼아 협력하고자 했고 그 결과 1924년 제1차
국·공합작이 이뤄집니다.
그러나 쑨원이 죽고 황푸 군관학교 교장이었던 장제스가 국민당 정부를 장악하면서 국·공합작이 깨졌어
요. 공산당 세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 장제스가 공산당원을 체포·학살하고 노동자·농민 단체를 해산한
거지요.
1928년 군벌을 제압하고 중국 전역을 장악하는 데 성공한 장제스는 공산당과의 대결 정책을 분명히
했어요. "나라가 안정될 때까지 민주 정치를 미루고 국민당 일당 독재를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죠.
당시 마오쩌둥은 농촌으로 들어가 공산당을 재조직하고 지주의 토지를 몰수해서 농민에게 분배하는
'토지 개혁'을 실시했어요. 공산당을 지지하는 농민들이 늘어났고 군대도 커졌죠.
공산당이 장악한 지역은 16세 이상 남녀가 참가한 선거로 대표를 뽑아 소비에트(평의회라는 뜻의
러시아어)를 구성, 운영했어요. 당시 공산당원은 40만 명, 정규군은 30만 명에 이르렀답니다.
일본에 맞서 제2차 국·공합작 이뤄져
공산당 세력에 불안을 느낀 장제스는 1931년 30만 병력을 이끌고 공산당 공격에 나서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본이 만주를 침략하는 만주사변이 일어납니다.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는 일본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먼저 국내의 적을 없앤 다음 외국의 침략을 막는다'는 방침을 고수하면서 최정예 부대를
동원해 공산당 공격을 멈추지 않았어요. 공산당은 국민당 정부에 패배했지만, 적극적인 항일 전쟁을
주장하며 국민당을 향해 힘을 합치자고 제안하죠.
그러다 1936년 공산당 토벌을 독려하러 시안을 찾았던 국민당의 장제스가 군벌 지도자 장쉐량에게
체포됩니다. 이를 '시안 사건'이라고 불러요. 장제스가 '내전을 중지하고 일본에 맞서 싸우자'는 장쉐량의
건의를 받아들이면서 국민당과 공산당의 협상이 이뤄졌죠. 그렇게 1936년 제2차 국·공합작이 이뤄져요.
1937년 중일전쟁이 일어났어요. 난징대학살을 비롯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 일본에 대해 국민당 정부
는 잇따른 패배 속에서도 수도를 난징에서 우한으로, 또 충칭으로 옮기면서 굴복하지 않았어요. 공산당
또한 지구전과 유격전을 펼치며 근거지를 확대해 나갔죠.
그러나 1938년 하반기를 지나며 일본 공세가 누그러지자 장제스의 국민당은 공공연하게 반공을 외쳤고
여러 차례 공산당의 군대를 공격했어요. 이 과정에서 항일 투쟁에 소극적인 장제스에게 불만을 느낀 세력
과 지식인들이 들고일어나 국민당 지도부에서 내부 분열이 일어나게 됩니다.
1970년대 지위 역전됐어요
1945년 5월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 중 하나인 독일이 항복하자 국민당의 장제스와 공산당의 마오쩌둥
은 한자리에서 승전 축하식을 가졌어요. 양당은 내전을 피하고 신 중국을 건설하겠다며 정전 협정을 체
결하고 정치 협상 회의를 개최했어요. 하지만 중국의 공산화를 막으려는 미국의 개입과 함께 정전 협정이
깨지고, 무력 충돌이 번지며 내전이 본격화됩니다.
430만명의 병력을 가지고 있던 국민당은 내전 초기 승리를 자신했지만, 1948년부터 전세가 바뀌며
공산당이 우세해지기 시작합니다. 국민당 정부의 약탈과 부패에 실망한 국민들이 공산당 편에 서서 내전
에 적극 참여한 것도 한몫했죠. 공산군은 정규군이 91만에 불과했지만 민병은 220만에 달했어요.
국민당의 장제스는 전세를 만회하려 노력했지만 결국 패배하고 말아요. 이후 그는 중앙정부와 주요 기구
를 대만으로 옮기고 독재 권력을 확립하는데요. 이것이 지금의 대만입니다.
장제스는 근대화 정책을 성공시키고 미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으며 경제 발전에 전념했어요.
이렇게 중국은 공산당이 세운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의 중화민국 둘로 나누어진 것이죠.
대만은 1960년대까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유엔(UN) 상임이사국 지위를 차지했지만, 1970년대 미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이 지위가 중국으로 넘어가게 돼요.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패배하고 공산권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에요. 1972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미·중 공동성명'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인의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합니다.
이후 중국과 대만은 대립과 우호를 반복하고 있어요. 초기 대만은 중국이 현재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 주도의 통일을 주장했지만, 중국과의 경제력·군사력 격차가 벌어지며
현상 유지로 입장을 선회하게 되죠. 이후 대만 내에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과,
별개의 국가로 독립해야 한다는 입장이 공존하게 돼요.
[장쉐량과 장제스]
시안 사건 이후 장제스는 장쉐량에게 자신을 체포했던 책임을 묻습니다. 1936년 장쉐량은 사형을 선고
받았다가 감형돼 10년의 금고에 처해졌어요. 장제스는 장쉐량을 특사로 풀어줬지만 실제로는 가택에
연금했고, 장쉐량은 장제스와 그 아들인 장징궈가 죽을 때까지 엄중한 감시를 받았어요.
언젠가 장쉐량이 장제스 생일날 선물로 시계를 줬는데, 답례로 장제스는 낚싯대를 선물했다고 해요.
시계를 선물한 것은 세월이 흐른 만큼 자신을 풀어달라는 뜻이었는데, 낚싯대를 보낸 것은 아직도 어림
없으니 낚시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라는 뜻이었대요.
93세에 비로소 연금이 해제된 장쉐량은 2001년 103세를 일기로 하와이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어요.
[그래픽] 중화인민공화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