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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12만 일본계 미국인 강제구금 사죄한다"

바이든 "12만 일본계 미국인 강제구금 사죄한다" 

                                                                  조선일보. 2022-02-21. 정지섭 기자

 

강제수용 80주년… 과거사 반성하며 미래 다지는 美日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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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1년 12월 7일 일본군 전투기가 하와이 진주만 상공으로 날아가 미 함대를 기습 공격해 군함 5척이

격침되고 2400여 명이 숨졌다. 미국의 2차 세계대전 참전 도화선이 된 진주만 공습이다. 그 후 미국 내 반일

감정이 급속하게 번지면서 일본계 미국인들은 '모국과 내통하는 적대 세력'으로 낙인찍혔다. 프랭클린 루

스벨트 당시 대통령은 행정명령 9066호를 통해 12만명을 수용소에 강제 구금했다. 

 

 최악의 미·일 관계를 상징하는 행정명령 9066호가 발동된 지 19일로 80주년을 맞았다. 조 바이든 미 행정

부가 이 일에 대한 '미국의 참회'를 일본과의 동맹 강화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2차 대전 기간 일본계 미국인 강제수용을 기억하는 날'로 선포하고 "미 정부는 우리 역사의 어두운 시

기에 삶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일본계 미국인들에게 재차 공식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포문에서 "80년 전 루스벨트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 9066호는 일본계 후손들의 민권을 박탈

했고, 당시 정부가 취한 조치들은 미국 역사의 가장 부끄러운 장(章)의 하나"라고도 했다. 

 

 그가 '재차(reaffirm)'라는 표현을 쓴 데서 알 수 있듯, 1988년 로널드 레이건을 필두로 바이든에 이르기까

지 미 역대 대통령들은 이 사건에 대해 줄곧 사과 입장을 피력해왔다. 하지만, 바이든의 수사(修辭)의 깊이

와 표현은 '사죄문'에 가까울 정도다. 

 

 바이든은 "단순히 일본계라는 이유로 적절한 절차 없이 체포돼 강제로 집을 떠나 수용됐고, 철조망에 

둘러싸여 힘든 삶을 살았다. 단지 집, 직장, 재산을 잃은 게 아니라 모든 미국인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 자유도 잃었다"며 일본계 미국인의 피해를 상세히 언급했다. 

 

 그러면서 "위대한 나라는 그들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외면하지 않고 정직하게 대면하면서 더욱 

강인해진다"고도 했다. 특히 행정명령 서명자인 루스벨트 대통령은 바이든과 같은 민주당 소속으로 미국

을 대공황 위기에서 구해낸 국난 극복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지만, 바이든은 그를 과오를 범한 지도자로

적시다.  

 

 이날 미 국립공원관리청(NPS)과 와이오밍 하트마운틴 수용소 기념관 등이 비대면으로 개최한 80주년 

추모식에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80년 전 미국이 일본계 미국인 12만명을 강제

수용 시설로 보낸 것은 부끄러운 행위이며 헌법에 대한 배신이었다.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육성으로 

말했다. 

 

 미국 국가 서열 1·2위가 모두 간곡한 사죄 수준의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행정부뿐 아니라 미 의회도 

나섰다. 연방 상원은 지난 14일 콜로라도주의 아마체 일본계 미국인 수용소 유적을 국가 사적으로 지정

하는 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시 강제수용된 12만명 중 8만여 명은 미국 땅에서 나고 자란 2세대였다. 이들은 퇴거당한 뒤 와이오

밍·콜로라도·아칸소 등 외지에 위치한 수용소로 옮겨졌다. 미 군·정보 당국의 감시 속에서도 자체적으로 

경찰·소방서·학교·언론사 등을 운영하며 공동체 생활을 이어갔지만, 사상 검증을 당하기도 했다. 

 

 1943년 루스벨트 행정부는 수용자들에게 '천황에게 충성하는가' '미군 복무 의사가 있는가'라는 두 질문

을 한 뒤 일부를 '불순분자'로 분류해 캘리포니아주 툴레 레이크의 별도 수용 시설에 재격리했다. 이 같은 

통제와 감시에 대해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는 비판이 끊임없이 나왔고, 위헌 소송도 제기됐다. 

 

 이 소송이 전국적인 관심을 모으면서 반정부 여론이 커지자 루스벨트 행정부는 출구 전략을 모색했다. 

 2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12월 루스벨트 행정부는 대법원이 위헌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고 판단, 일본계 퇴거·수용 조치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당시 조치에 대해 공식 사과했고, 강제 퇴거·수용으로 일본계 미국인들이

본 피해를 배상했다. 생존자 1인당 위로금 2만달러를 지급하는 보상 절차가 진행됐다. 

 

 이미 법적인 문제는 다 종료됐음에도 80주년을 계기로 바이든 행정부가듭 사과에 나선 것은 미·중 갈등

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80주년 행사를 미·일 동맹 강화의 계기로 적극 활용하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분

석이 유력하다. 

 

 이날 비대면 추모식에는 도미타 고지 주미 일본 대사가 나와서 "부당한 것을 바로잡는 용기는 미국의 

원적 힘이고, 결함 속에서도 완벽함을 추구하는 분투를 통해 미국은 위대하고 존경받는 나라가 됐

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각별한 추모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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