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기본 제도를 의석 많다고 제멋대로 변경, 벌써 세 번째.
[사설] 국가 기본 제도를 의석 많다고 제멋대로 변경, 벌써 세 번째.
조선일보. 발행일: 2022.04.29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을 30일부터 내달 3일까지 본회의에 상정해 일방
처리하겠다고 했다.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회기 중단 조치로 강제 종료시켰고, 앞으로도 한 번
더 '회기 쪼개기' 꼼수를 쓴다고 한다. 세계 어느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편법들이다.
검사가 범죄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현 검찰 제도는 1948년 정부 수립 때부터 시행된 우리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이다. 헌법은 검사에게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청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인신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검사의 영장 신청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2200여 명의 검사가 일하고 있다.
또 검찰총장 임명 시 국무회의를 거치도록 했다. 헌법이 유일하게 명문(明文)으로 인정한 수사 기관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74년간 유지돼 온 이 제도를 송두리째 뒤엎으려는 것이다.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해 경찰
에 넘기고 검찰을 허수아비로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그래야만 하는 분명한 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순전히 문재인, 이재명 두 사람과 민주당 일부 의원의
범법 혐의 수사를 검찰이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도둑이 숫자가 많다고 포졸을 없앤다는 일이
21세기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국가 기본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한 정당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국민들 뜻을 묻고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 견해, 법적 문제와 제도의 부작용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야가 국회에
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하고 반드시 합의가 돼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이 모든 절차를 깡그리 무시한
채 오로지 171명 의석수만 앞세워 힘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법안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법 처리 강행부터 선언했다.
공청회 한번 열지 않았다. 정치권과 검찰, 법원, 변호사·시민단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까지 나서
서 반대했고 국민 반대 여론도 50%를 넘었지만 모두 무시했다. 법사위 처리 과정에선 '위장 탈당'이란
희대의 막장 극까지 벌였다. 황급히 처리하는 바람에 '원안'과 '중재안'이 뒤죽박죽으로 통과됐다.
이 정권이 국가 중대 제도를 제멋대로 바꾼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을 앞두
고 야당의 반대에도 자기들 뜻대로 선거법을 뜯어고쳤다. 게임의 룰이자 민주주의의 골간인 선거 제도를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독재 정권에서나 있는 일이었다. 당시에도 회기 쪼개기 같은 편법이 이용됐다.
그렇게 도입한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자기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자 '위성 비례정당'까지 만들었다.
또 소수 야당과 정치적 거래를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도 강행했다. 새로운 국가 수사
기관을 설립하려면 면밀한 검토와 여론 수렴이 필요했지만 야당과 검찰, 법조계의 반대를 모두 무시했다.
공수처는 출범한 지 1년이 넘도록 독자 수사로 기소 한번 하지 못했다. '황제 의전'과 '통신 사찰' 논란
만 낳았다. 이제 또 수사기관을 하나 더 만들어 국가 형사 체계를 완전히 누더기로 만들려고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사설] 국회 태만으로 법 문구 하나 안 고쳐 국민투표도 못한다니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법안 ('검수완박') 통과를 막무가내로 강행하자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에서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투표 자체
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가 2014년 '재외국민의 경우 국내에 거소 신고가 돼 있어야 투표인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는 국민투표법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국민투표를 진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헌법 불합치 결정은 위헌과 달리 법을 고칠 때까지 효력을 유지하면서 입법부에 시간을 주는 일종의
유예 조치다. 헌재는 당시 "2015년 12월 31일까지 법안 개정을 하지 않을 경우 201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했다.
헌재가 문제 삼은 조항을 손보는 것은 전혀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여야의 입장이 다른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헌재 결정 이후 8년 가까이 국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국민투표의 목적과 방식을 일반
법률이 아닌 헌법으로 정해둔 것은 그만큼 중대한 국가 운영 절차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국회의 태만에 의해 몇 년째 헌법 불합치 상태로 방치돼 왔다는 것이다. 국민투표
법만이 아니다. 2019년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낙태죄 처벌법'을 비롯해 헌재로부터 위헌, 불합치
결정을 받고도 국회가 수수방관한 법률이 수십 개에 이른다.
민주당은 5월 9일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검찰 수사권 박탈 관련 두 가지 법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소속 의원을 위장 탈당시키고, 회기를 쪼개는 등 온갖 편법을 써가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해서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에 입법 절차를 마치기 위해 분, 초를 쪼개가며 군사
작전 벌이듯 밀어붙이고 있다. 법조계에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을 받는 법안 통과를 위해 이렇게
총력을 쏟으면서 정작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법률을 손보는 일은 몇 년씩 손 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국회가 왜 있어야 하느냐는 개탄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사설] '사법 적폐 몰이' 6번째 무죄 확정, '김명수 사법 농단' 진상 밝혀야
이른바 '사법 적폐' 사건으로 기소된 임성근 전 판사가 28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임 전 판사가
지난 정권 때 다른 재판에 간섭했다는 기소 내용은 아예 범죄가 되지 않는 일을 무리하게 엮은 것이라는
사실이 1심, 2심에 이어 최종 확인된 것이다. '사법 적폐'라며 전 대법원장, 대법관 등 판사 14명이 재판
에 넘겨졌지만 임 전 판사 등 6명이 줄줄이 무죄가 확정되고 있다.
재판에서 무죄판결이 잇따라 나오자 김 대법원장은 자신에게 "연루자들을 단죄해야 한다"고 말한 윤종섭
판사에게 재판을 맡겼다. 김 대법원장은 인사 원칙을 위배하며 윤 판사를 같은 법원에 6년째 붙박이로 뒀
고, 결국 윤 판사가 첫 유죄판결을 내렸다. 사법 농단이다.
김 대법원장은 문재인 정권이 조국 사건, 김경수 전 경남지사 대선 여론 조작 사건 등에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겁주려고 '억지 탄핵'을 강행하자 임성근 전 판사를 희생양으로 만들기도 했다. 임 전 판사
가 건강 악화로 사직하겠다고 했는데도 "사표 수리하면 민주당이 탄핵 못 한다"며 막았다. 심지어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잡아뗐다가 녹취록이 나오면서 거짓말이 탄로 나기도 했다. 지금 한국은 대법원장이
거짓말하는 나라다.
김명수 대법원에서는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 잇따라 터졌다. 특히 대장동 브로커가 이재명 전 민주
당 대선 후보와 은수미 성남시장의 정치 생명을 살려주기 위해 대법관을 상대로 재판 거래를 했다는 의
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 정권에서 벌어진 사법 농단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법원
재판을 신뢰할 수 없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