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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세계사]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신문은 선생님] [숨어있는 세계사]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조선일보. 발행일: 2022.04.06. 서민영·함현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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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대군 이끌고 갔지만… 5만 명 살아남고 패퇴했어요

 

 최근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FMCIM)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회원 자격 박탈을 논의하고 있다고 

해요. 표트르 차이콥스키(1840~1893)를 기리기 위해 1958년 창설된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쇼팽·퀸엘리

자베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꼽히는데요. 

 

 음악계가 한목소리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콩쿠르의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회원들의 문제 제기가 나온 거예요. 

 

 작곡가인 차이콥스키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인물이에요. 특히 그가 남긴 '1812년 서곡'은 당시의 시대상

을 반영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이 곡은 나폴레옹의 침략을 격퇴한 러시아의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

었는데요. 전쟁의 승리를 알리는 듯 한 종소리와 대포 소리는 곡의 상징과도 같아요. 

 

 프랑스의 러시아 원정은 유럽을 제패했던 나폴레옹이 무너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로 꼽히기도 합니다. 

 러시아는 어떻게 나폴레옹의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던 걸까요?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프랑스에서는 1789년 혁명으로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시민 계급이 권력을 장악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이 등장하면서 큰 혼란이 발생했고, 지친 프랑스 국민들은 새 지도자를 원하게 되었죠. 이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입니다. 

 

 당시 나폴레옹은 귀족들의 반란을 진압하고 외국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어요. 

그는 1804국민투표로 프랑스 황제가 됩니다. 

 

 군인 출신인 나폴레옹의 꿈은 유럽을 제패하는 것이었어요. 그는 "유럽에 하나의 법전이 필요하고 하나

의 통화, 같은 무게와 측량 단위, 같은 법령이 있어야 한다. 유럽의 모든 민족을 모아 하나의 백성으로 

만들고 파리를 유럽의 수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죠. 

 

 나폴레옹은 영국을 압박하기 위해 1806년 유럽 대륙과 영국의 통상을 금지하는 대륙봉쇄령을 내리는데

요. 하지만 오히려 이 금지령으로 피해를 본 다른 나라들이 반기를 들기 시작했어요. 그중 하나가 러시아

였습니다. 

 

 사실 러시아 황제였던 알렉산드르 1세프랑스가 유럽을 통치하는 것을 지지하고, 영국 대륙봉쇄령에

도 참가했어요. 하지만 당시 영국은 식민지의 상품을 실은 배를 중립국의 배로 가장한 채 러시아 해안으로 

들어가곤 했고, 러시아는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어요. 

 

 나폴레옹은 이런 상황을 탐탁지 않게 지켜보고 있었죠. 그러던 중 영국이 600척의 배를 한꺼번에 발트 

해역에 정박시키는 일이 발생합니다. 분노한 나폴레옹은 장군을 보내 그 지역을 점령하게 했는데, 하필 그

곳에 알렉산드르 1세 친척의 영지가 있었던 거예요. 프랑스와 러시아의 갈등은 점차 극으로 치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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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군으로 나뉘어 러시아 공격해

 

 1810년 무렵 러시아는 영국과의 무역 단절로 경제난에 허덕이게 됩니다. 이에 알렉산드르 1세는 영국과

의 무역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해요. 나폴레옹러시아를 응징하기 위해 1812년 6월 22일 선제공격에

섭니다. 나폴레옹의 총병력은 60만 명으로 유럽 동북부와 중부에 있었던 프로이센으로부터 2만 명, 오스트

리아로부터 6만 명을 지원받았어요. 

 

 프랑스 연합군은 총 5개 군으로 나뉘어 러시아를 공격했어요. 나폴레옹은 전쟁을 단기간에 끝내고자 

했지만, 러시아 제국의 영토는 너무나 넓었어요. 프랑스 연합군이 주둔지에서 멀어질수록 재정비가 어려

졌죠. 또 지형에 훤했던 러시아군과 달리 프랑스 연합군은 정보가 별로 없어 정찰 분야에서도 밀렸어요. 

이 점을 간파한 러시아는 전쟁을 소모전으로 끌고 갔죠. 

 

 프랑스 연합군의 말들은 사료가 없어 떼죽음을 당했어요. 이에 말이 이끌던 보급 마차들은 본대(本隊)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됐고, 병사들은 부대를 이탈해 식량을 찾아 헤맸어요. 

 

갓 징집된 이들이 기나긴 행군 강도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였죠. 열악한 환경 때문에 당시 나폴

레옹조차도 다리가 붓고 고열과 오한에 시달리는 등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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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와 배고픔에 무너진 프랑스 연합군

 

 프랑스 연합군은 같은 해 9월 14일 어렵게 모스크바에 입성했어요. 나폴레옹은 그곳에서 불타는 도시

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설은 분분하지만, 모스크바 총독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인들이 스스로 대형 화재

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돼요. 도시를 내주느니 불태우겠다는 거였죠. 

 

 불은 나흘 동안 계속돼 도시의 4분의 3이 파괴됐어요. 나폴레옹은 모스크바가 점령되면 알렉산드르 1세

가 평화협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믿고 그곳에서 한 달을 기다렸어요. 하지만 알렉산드르 1세는 응답하지 

않았어요. 연합군이 러시아의 매서운 겨울 날씨를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같은 해 10월 러시아군의 기습 공격을 받은 프랑스 연합군은 후퇴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철수하던 프랑스 연합군은 러시아군의 사나운 코사크족 기병부대에게 공격을 받게 돼요. 11월 초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여름옷을 입고 간 프랑스 연합군 병사들은 모스크바에서 훔쳐온 모피와 외투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기 시작했어요. 

 

 추위와 배고픔에 지쳐 매일 밤마다 수백 명이 얼어 죽었습니다. 영양 결핍으로 병에 걸리는 병사가 늘어

갔고, 이 무렵 프랑스 연합군은 5만 정도만 살아남은 상태였다고 해요. 

 

 12월의 어느 날 파리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나폴레옹은 군사 지휘권을 휘하 장군에게 

넘기고 파리로 향했습니다. 일선 병사들은 이 소식을 듣고 자신들이 버림받았다고 느꼈다고도 해요. 상황

이 이렇게 되자 프로이센·오스트리아 등 프랑스의 동맹국들이 나폴레옹에게 반기를 들기 시작했어요. 

 

 결국 1814년 1월, 대(對)프랑스 동맹군이 프랑스로 침입해 파리를 함락시키고 그해 4월 나폴레옹을 

퇴위시켜 엘바섬으로 유배 보냈습니다. 

 

[나폴레옹이 6월에 원정을 나선 이유]

 

 나폴레옹이 6월에 원정을 떠난 이유는 기후 때문이었어요. 프랑스가 있는 북반구 중위도 지역서안해양

성기후 때문여름이 덥지 않고 가을은 상대적으로 따듯해요. 진군을 하며 전투하기 좋은 날씨인 거예

요. 식량 조달도 유리해요.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는 6월부터 보리·밀 등의 식량 수확이 시작되기 때문

에, 현지에서 식량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요. 

 

 그러나 프랑스를 떠난 나폴레옹은 러시아 내륙에서 예상치 못한 폭염에 직면했고, 러시아의 소모전까지 

더해지면서 고전했어요. 훗날 나폴레옹 부대가 모스크바에서 퇴각할 무렵 최저기온은 영하 17.7도까지 

떨어졌고,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12월에는 영하 38도를 기록하기도 했다고 해요.  

 

 당시 프랑스 연합군의 군복 단추는 주석으로 만들었는데요. 이렇게 낮은 온도가 되면 주석은 부피가 

팽창해 분말 형태로 부서지는 성질이 있습니다. 맹추위에 군복의 단추가 깨지면서 프랑스군 병사들은 

옷을 잠글 수 없게 됐고 한파에 더 떨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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